'롤의 미래'라고 불렸던 URF(울트라 래피드 파이어, Ultra Rapid Fire) 모드는 LOL을 즐긴다는 유저들 사이에서 지난해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 있다. 만우절 버전으로 장난스럽게 시작했던 URF모드는 게임시작 부터 모든 챔피언 스킬과 사용 아이템, 소환사 주문에 대해 재사용 대기시간 80%가 적용됐다. 뿐만 아니라 스킬 코스트 소모가 없어 유저들에게 소위 '꿀재미'를 선사했다.
URF 모드서 강력한 챔피언으로 꼽혔던 '헤카림'이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스프링시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해카림은 높은 기동력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대미지를 축척시키는 근접 챔피언.이동 속도에 비례하여 공격력이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중후반 이후 승패의 향방을 결정짓는 대규모 한 타에서 적들에게 돌격하여 공포를 거는 궁극기로 상대 진형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강력함을 자랑하고 있다.
URF 모드 당시 헤카림은 언데드의 수호자라는 배경스토리에 걸맞게 검은안개에서 달려나와 말발굽으로 상대를 짖밟으면서 차갑게 웃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끊임없이 Q스킬 회오리 베기와 E스킬 '파멸의 돌격'을 사실상 무한으로 사용하는 것도 부족해 W스킬 '공포의 망령'으로 잡초같은 생명력까지 보여주면서 전장의 사신으로 공포 그 자체였다. URF모드로 열렸던 나진 소드와 CJ블레이즈의 '롤 클라시코'에서는 당시 나진 소속이었던 '리미트' 주민규가 10연속킬이라는 '원맨쇼'를 선보였을 정도다.

▲ 화제의 챔피언 헤카림의 과거와 오늘
그렇다면 이제까지 롤챔스에서 '헤카림'은 얼마나 등장했을까. 결과는 너무도 놀랍다. 등장횟수 12번으로 통계를 낼 수 있는 121개 챔피언 중 헤카림의 밴픽률 순위는 겨우 102위. 불과 1.4%로 밴픽률 1위인 리신(73.9%)고 비교해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헤카림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탑 라이너가 아닌 정글러였다. '2013 롤챔스 스프링' 12강 B조에서 SK텔레콤 S 조재환이 KT 불리츠와 나진 실드를 상대로 올린 2승 2패와, 나진 소드 조재걸과 나진 실드 정노철이 CJ 블레이즈와 SK텔레콤 S를 상대로 패배를 기록, 2승 5패로 잊혀져 갔다.
그로부터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난달 25일 2015 롤챔스 스프링시즌 2라운드 SK텔레콤과 나진의 경기 2세트서 '마린' 장경환이 헤카림 카드를 꺼내들었다. 밴픽에서 마지막 단계에 선택됐던 장경환의 헤카림은 ‘듀크’ 이호성의 리산드라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멋진 솔로킬을 연출하기도 했고, 중후반 이후에서는 ‘순간이동-민병대’를 활용해 도주하던 상대를 잡기도 했다.

장경환 뿐만 아니라 2라운드 1주차에서 헤카림이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GE 타이거즈와 IM의 경기, CJ 엔투스와 SK텔레콤 T1, KT 롤스터와 나진 전까지 무려 5번이나 헤카림이 등장했다. 2년간 사실상 버림 받았던 챔피언 헤카림이 집중적으로 출전한 셈이다. 결과는 장경환이 출전한 경기를 포함해 6번 출전에 1승 5패로 초라하지만 헤카림은 프로 선수들의 선택을 받는데 성공했다.
▲ 소외 받았던 헤카림의 재등장은 바로 5.1 패치
인기 챔피언하고 거리가 멀었지만 헤카림은 솔로랭크에서는 비교적 소위 '장인'이라 불리는 마니아들의 선택을 꾸준하게 받아왔었다. 그렇다면 헤카림이 다시 프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5.1 패치가 헤카림의 재등장을 이끌어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1월 22일 5.1 패치를 통해 헤카림의 능력을 상향시켰다. Q 스킬 회오리 베기의 마나 소모량을 기존 24/26/28/30/32 에서 20/23/26/29/32 줄였고, 몬스터 및 미니언으로 체력을 회복하게 하는 W 스킬 공포의 망령을 60/90/120/150/180 에서 90/120/150/180/210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Q 스킬의 게임 초중반 마나 소모량이 줄어들며, 미니언 및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의 회복량이 전 구간에서 증가시킨 건 결국 헤카림의 재등장까지 이어진 셈이다.
온게임넷 '클템' 이현우 롤챔스 해설은 "기존 OP 챔피언이 너프 뿐만 아니라 헤카림의 버프로 인해 재등장이 가능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명 기동성을 바탕으로 한 전투에서 유용했지만 3레벨 이전의 라인전이 약한 것은 헤카림 카드의 어려운 점이다. 중후반이 좋다고 하지만 초반 성장이 실패했을 경우 후반에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위험한 챔피언"이라고 헤카림을 설명했다.
▲ 헤카림에 대한 전문가들 해석은 '양날의 검'
헤카림 카드를 이번 시즌 먼저 꺼내들었던 SK텔레콤 김정균 코치는 "헤카림의 장점은 최근 대세 메타인 순간이동을 바탕으로 한 기동전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연 뒤 "2~3레벨의 초반 라인전이 약하기도 하지만 그점은 소환사 주문을 점멸 대신 점화를 들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코치는 "나진과 2세트를 아쉽게 패했지만 탑 라인에서 대결은 만족스러웠다. 리산드라의 카운터로 헤카림을 기용했는데 결국 장경환은 라인전에서 분명하게 우위를 점했다"라고 헤카림의 기용이 실패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SK텔레콤과 경기서 1, 2세트 모두 헤카림을 사용했던 CJ 손대영 코치는 "헤카림은 조합을 맞추기 좋은 챔피언이다. 데미지 뿐만 아니라 탱커로서 역할도 가능하다. 우리 같은 경우 1, 2세트를 모두 패했지만 어느 조합이든 헤카림이 효과를 볼 수 있어서 기용"했다며 "상대가 근거리 챔피언이 아닌 원거리 챔피언이면 초반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Q와 W가 상향되면서 그 어려움은 어느 정도 상쇄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김정균 코치와 손대영 코치 외에 다른 전문가들도 헤카림에 대해 장점과 약점을 설명했다.
- IM 강병률 코치 = 헤카림은 현 메타에서 탑 OP 챔피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럼블 리산드라 등 강력한 챔피언이 금지되고 나면 사실상 헤카림을 막을 수 있는 챔피언이 별로 없다. 초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정글러와 서포터의 지원을 통해 이를 보완해 무난하게 성장한다면 막을 챔피언이 없다.
- KT 오창종 코치 = 헤카림을 사용하는 이유는 순간이동을 들면서 점화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킬 파멸의 돌격으로 헤카림은 생존력 또한 우수하다. 유틸성도 뺄 수 가 없다. 헤카림과 민병대의 시너지는 거의 최고다. 순간이동과 민병대를 이용하고 E스킬과 궁극기 R스킬을 통해 빠르게 전장에 합류하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초반 약점이 있지만 후반 상황을 고려하면 헤카림은 단연 최고다. 초반 단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나쁘지 않다. 만약 초반 라인전 상황이 불리하면 민병대를 통해 집에 빠르게 오고가면서 라인전 자체의 구도를 자신의 쪽으로 만들 수 있다.
- GE 정노철 감독 = 최근 대세인 순간이동은 탑 라이너의 기본 소양이다. 헤카림이라는 챔피언은 가장 최적화된 챔피언이다. 순간이동과 민병대를 통한 이니시에이팅도 좋고, 점화로 인해 라인전 또한 강력하다.
우리 팀은 상대 탑 라이너의 성향을 분석한 일종의 저격형태 였지만 상대 조합에 따라 얼마든지 사용이 더 가능한 챔피언이지만 아직 검증 과정의 챔피언이라 대세 챔프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 나진 채우철 코치 = 솔로 랭크에서 사용하는 챔피언과 대회 챔피언들은 상이하다. 대표적인 예가 베이가다. 헤카림도 그런식으로 시작한 것 같다. 2~3 레벨 시기만 넘기게 되면 점화를 들고 있어서 강력한 챔피언이다. 생존기가 없어도 빠른 이동속도로 주목받고 있다. 민병대 텔이 이속이 증가하면 데미지가 강력해진다. 항상 궁중제어기가 있는 챔피언들은 한 타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넉백과 공포. 제라스 같은 딜러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팀들이 해보고 있다. 거기에 대한 해법도 찾아가고 있다. 헤카림이 좋은 챔피언이지만 팀의 성향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팀들도 있을 것이다.
- 진에어 한상용 감독 = 실제로 사용해봤다. 손에 따라서 다른 챔피언이다. 장점은 분명 있다. 워낙 속도가 빠르다. 민병대 텔을 이용한 라인 주도권이 있다. 단점은 팀 파이트가 잘되야 하는데. 무리하게 들어가거나 이니시에이팅이 빗나가면 대패할 수 있다. 분명 사용할 여지가 있지만 극과 극이라 조심스러운 챔피언이다.
- 삼성 최우범 감독 = 헤카림은 우리가 솔로 랭크에서 많이 했다.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쉽게 쓸 기회가 없었다. 도주기도 좋고 라인전, 한 타까지 나무랄데가 없다. 기회가 된다면 사용이 가능한 챔피언이다.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