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개봉] '순수의 시대' 신하균을 위한, 신하균에 의한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05 07: 30

'19금의 반란'이 이어질까. '성인사극'을 표방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가 5일 개봉한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 초기 '왕자의 난'을 중심으로 한 장군 김민재(신하균)와 왕자 이방원(장혁), 왕의 사위 진(강하늘), 기녀 가희(강하나)의 이야기다. 김민재는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기녀 가희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실은 두 사람의 만남이 준비된 계략과 음모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간다.
# UP: 신하균, 신하균, 그리고 신하균

신하균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인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선 위화감을 찾을 수 없다. 김민재는 '전쟁터에선 차갑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남자로, 마지막까지 고집스러운 순애보를 보여준다.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신하균을 만나 김민재는 순수를 간직한 매력적인 남자로 완성됐다. 신하균의 우직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신경질적인 근육'은 놀라울 정도다. 진짜 전쟁터에서 만들어진 듯한 투박하고 거친 몸은 남성미를 마음껏 발산한다. 극중 강한나와 수차례 호흡을 맞춘 애절한 베드신은 물론, 사실적이고 치열한 각종 액션 신을 통해 이를 마음껏 확인(?)할 수 있다.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신하균은 작품을 위해 3개월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장혁은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가 그려낸 이방원 캐릭터는 호탕한 웃음 뒤에 속내를 감춘 의뭉스러운 인물이다. 흰 옷에 피를 뒤집어 쓴 그는 "내어줄 말이 없다"고 외치며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데, 카리스마가 상당하다. 비열한 미소를 연신 짓는 강하늘의 연기 변신이나 말간 얼굴을 드러내며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강한나 등도 눈길을 끈다.
# DOWN: 안타까운 긴장감
'순수의 시대'에는 사랑과 배신, 궁중 암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있다. 전반부에선 파격적인 노출이나 잔인한 액션이 말초 신경을 자극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자극적인 요소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느끼는 긴장감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지지 않는다. 인물 간의 관계나 정사신 수위에서 '색,계'(2007)를 연상시키지만, 그와 같은 두근거림을 찾긴 힘들다.
인물들에 대한 심리 묘사가 촘촘하지 않은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시나리오에는 일련의 과정들이 존재했다고 하나, 화면으로 보이는 가희에 대한 김민재의 심경 변화는 다소 갑작스럽다. 일각에서 수많은 정사신을 두고 "야하지만 야하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방원과 김민재의 대립은 흥미로운 요소이지만 충분히 묘사되지는 않는다. 두 남자의 권력 싸움을 기대한 관객에겐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3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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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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