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전훈 취재기] 야구도 계절도, 봄날 기다리는 선수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3.04 15: 15

'스프링캠프'는 '봄'이라는 이름과 달리 1,2월에 걸쳐 치러진다.
미국과 일본의 따뜻한 도시를 찾아 원정을 떠나는 야구선수들은 이름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봄과 개막을 기다린다. 그중에서는 야구 인생 역전 홈런을 준비하는 절실한 이들도 있다. 올해 넥센에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꿈꾸는 선수들이 많아 캠프의 열기가 뜨거웠다.
넥센은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팀 중 가장 늦게 애리조나를 떠났다. 오키나와에 홈구장이 없기 때문에 연습경기 일정에 딱 맞춰 지난달 21일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그 뒤로 치러진 6번의 연습경기. 여기서 비주전 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더 코칭스태프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열심히 던지고 달렸다.

지난해와 넥센이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유격수이자 5번타자였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떠났다는 것. 이 두 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예사롭지 않다. 공격력에서 가장 앞서는 윤석민, 수비가 가장 탄탄한 김지수,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김하성이 모두 이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 중이다.
살이 쪽 빠진 윤석민은 "처음에 감독님에게 유격수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안 하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감독님의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스윙 궤도가 달라졌다. 그는 "올해 감독님에게 다른 때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들었다. 반쪽짜리 선수는 되기 싫어 타격쪽도 열심히 신경썼다"고 했다.
아직 어린 김하성은 "주전이든 백업이든 나가서 팀이 이길 수 있게 하고 싶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올해 각오를 다부지게 전했다. 내야에서 가장 어려운 포지션을 꼽히는 '내야의 꽃' 유격수 자리는 당장 강정호 만큼 채워지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이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보인다.
한현희가 옮긴 불펜진은 전쟁터. 연습경기에서 비록 마운드가 많은 실점을 하긴 했지만 손혁 투수코치는 "다들 기초 매커니즘부터 많이 좋아졌다. 감독님에게 너무 잘 보이려고 힘이 들어갔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지난해까지 팀에서 가장 고생한 마정길은 "올해 필승조에 들어간다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묵묵히 의지를 다졌다.
상무에서 갓 제대한 김정훈은 "칼을 갈고 왔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도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꼽았다. 2군에서 통했던 실력을 이제 1군에서 통하게 만드는 게 과제다. 그외에도 지난해 선발로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금민철과 가능성을 비친 김대우, 하영민 등이 겨울 동안 자신을 갈고 다듬었다.
외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한껏 기대만 받고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강지광은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잘 할 일만 남았다"며 캠프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말 새 신랑이 된 박헌도는 "이제 잘할 때"라며 쑥스러워하면서도 욕심을 드러냈다. FA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성열, 그리고 "욕심만 내봐야 더 안되더라"며 삶의 이치를 터득한 듯한 문우람까지 자원이 수두룩하다.
다른 구단 직원이 하루는 이런 말을 했다. "넥센은 다 갖춰져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올해 넥센은 빈 자리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도전자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7일부터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이들은 마지막 옥석가리기 앞에 선다. 이들의 야구 인생에 봄날이 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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