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6위로 떨어진 두산 베어스는 분위기 반전 카드가 절실했습니다. 송일수 전 감독은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마무리훈련 강도를 높이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강한 훈련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구단은 칼을 빼들었습니다. 1년 만에 송 전 감독을 경질하고 내세운 새 사령탑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자 지도자 경력의 대부분도 두산에서 보낸 김태형(당시 SK 배터리코치)이었습니다. 두산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감독은 빠르게 분위기를 바꿔나가며 느슨해진 긴장의 끈을 조였습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내건 목표도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말이었는데,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는 성적이 나는 것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뜻을 명확하게 만들었습니다. ‘허슬두’ 컬러를 되살리면서 성적도 내겠다는 약속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선수들은 전보다 활기차고 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홍성흔의 뒤를 이은 캡틴 오재원의 활력이 팀을 감싸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김현수, 민병헌 등을 비롯한 중간급 선수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을 도왔습니다. 주장으로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아직은 없다. 좋은 성적을 내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는 대답도 오재원답습니다.
주장이라는 부담을 벗어던진 홍성흔은 새로운 선수들을 돕는 멘토가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성실하기로 소문난 잭 루츠는 “홍(성흔)이 가장 많이 도와준다”며 고마운 선수로 첫 손에 꼽더군요. 홍성흔은 몇몇 젊은 선수들을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며 긴장을 풀게 하고 빠르게 캠프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게끔 배려했습니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선수들 스스로 짧게 끝난 시즌을 아쉬워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예비 FA인 오재원과 김현수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한 아픔을 잊지 않고 있었고, 국가대표급 스타로 발돋움한 민병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민병헌은 신혼여행 기간 중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팀 당 144경기로 일정이 확대된 환경은 두산에게 유리합니다. 야수 층은 어떤 팀보다도 탄탄하고, 마운드는 불펜 걱정이 있지만 선발진의 깊이가 있어 평균 이상이기 때문이죠. 기존 선수들이 빠져나간 공백은 진야곱, 이현호, 정진호 등 예비역들이 메우겠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김강률, 장민익, 함덕주 등 유망주들의 성장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두산 야구를 설명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화수분’과 ‘허슬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모두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전지훈련 기간 선수들의 눈빛, 그리고 감독이 보여주는 확신의 강도는 팀 성적을 말해줍니다. 올해 두산은 분명 강팀의 면모를 되찾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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