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스프링캠프는 '지옥훈련'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일본 고치부터 오키나와까지 48일 동안 쉼 없는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8명의 투수들은 김성근 감독과 6일까지 오키나와에서 꼬박 훈련을 채우고 돌아올 예정이라 완전히 끝난 건 아니죠.
한화 캠프에서 가장 달라진 풍경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매년 캠프에서 여러 선수들이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작하지만 올해 같은 경우에는 어느 때보다 비장함이 묻어났습니다. 여러 선수들이 '마지막'이란 말을 많이 꺼냈습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한화 팀 성적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벼랑 끝' 선수들의 의지가 캠프 분위기를 비장하게 만들었죠.
올해 한화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요. 두둑한 몸값을 받으며 들어온 FA 선수들도 있지만, 다른 팀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려나 한화의 문을 두드린 선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투수 임경완, 내야수 권용관, 외야수 오윤, 황선일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어느 때보다 많은 공을 던지고 치고 받아냈습니다.

어느덧 불혹이 된 임경완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은퇴해야 하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불러주셨다. 내게는 뜻밖의 기회"라며 "이런 강훈련은 처음이다"고 말했습니다. 권용관도 "내게는 마지막 생존이다. 선수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기회를 주신 만큼 잘해보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죠. 임경완은 캠프에서 이렇게 많은 투구를 한 게 처음이고, 권용관도 큰 부상 없이 어린 선수들과 캠프 시작부터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기회가 줄어든 넥센을 떠나 스스로 한화에 새롭게 둥지를 튼 오윤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한화에 왔다"며 캠프를 끝까지 버텼습니다. 캠프 연습경기에서도 대타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죠. LG 만년 유망주 출신 황선일 역시 "나 역시 다른 선배님들처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캠프에서 장점인 타격을 어필했습니다.
FA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이 통합우승 4연패를 하는 동안 중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배영수와 권혁도 한화에서 도전을 택했습니다. 두 투수 모두 삼성에서 시도하지 않은 투구폼 교정으로 변신을 꾀합니다. 배영수는 "최근 몇 년 안 좋았던 것을 알고 있다. 어떤 변화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혁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열린 마음으로 변화했습니다.
지난 2년간 KIA에서 부진했던 송은범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감독님께서 투구폼을 수정해주셨다. 지난 2년 동안 워낙 안 좋았지만 지금은 SK 때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보다 스피드는 조금 줄었지만 볼 끝이나 회전이 좋아지고 있다"며 자신했는데요. 기대감이 높아져 갑니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기존 선수들도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 마지막이란 각오를 불태웠습니다. 캠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투수 정대훈과 포수 겸 외야수 박노민이 대표적인데요. 정대훈은 "FA 투수가 3명이나 오며 작년과 재작년보다 치열해졌다. 더 독하게 마음먹고 해야 한다. 이젠 야구를 잘해야 하는 나이인 만큼 올해가 내게 마지막 시즌이란 생각이다"고 했습니다. 외야수 겸업에 나선 박노민도 "이제 나이도 있고, 포수 자리에 (정)범모의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와있다. 외야수로서 기회가 오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성근 감독도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초반 3연패 이후 선수들과 미팅에서도 마지막이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안 된다. 왜 모자라고, 어떤 이유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야 고쳐나갈 수 있다. 지금 이대로 사라지고 싶나? 그렇게 되고 싶으면 지금처럼 하라. 남고 싶으면 눈하고 귀, 머리를 써라"는 게 김 감독의 말이었습니다.
이후 주전선수들이 돌아온 한화는 연습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김 감독도 "이제 야구를 하는 것 같다"며 조금씩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어느 때보다도 비장함이 넘쳤던 한화 캠프, 선수들의 마지막 출사표가 시즌 때 결과로 보답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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