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물일까. 설날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이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저조한 시청률과 관심을 받고 있는 기존 예능프로그램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MBC는 현재 ‘일밤’의 코너 ‘애니멀즈’의 개편 혹은 폐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애니멀즈’가 일요일 황금시간대에서 시청률 3%로 고전하고 있어 일단 가만히 두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태. 가장 유력한 후속은 ‘복면가왕’이다.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경연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설날 파일럿 방송 당시 큰 화제가 됐다. 그렇다고 ‘애니멀즈’의 폐지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4일 오후 OSEN에 “‘애니멀즈’가 폐지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현재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인 것은 맞지만 폐지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애니멀즈’는 개편 혹은 편성 이동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아직 방송된 지 2달이 채 되지 않아 가다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존폐 기로에 놓인 ‘애니멀즈’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찾을지, 아니면 이대로 씁쓸히 폐지되는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복면가왕’ 뿐만 아니라 오후 11시대에 방송돼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정규 편성을 확정하고 시간대와 출연자를 논의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심야 방송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평일과 주말 심야 예능프로그램들 중 한 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프로그램의 폐지설이 불거지는 등 봄 개편을 맞아 단장을 준비 중이다.
MBC 뿐만이 아니다. 일단 SBS는 수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되던 ‘즐거운가’가 종영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의 빈자리도 채워야 한다. SBS는 가장 큰 대박을 친 ‘아빠를 부탁해’가 주말드라마 시간대인 토요일 오후 9시대에 안착했다. ‘썸남썸녀’와 ‘불타는 청춘’ 역시 정규 편성이 확정되거나 유력한 상황. 또한 교양 프로그램인 ‘영재발굴단’ 역시 정규 편성을 확정하고 자리를 찾고 있다. 아울러 ‘고쇼’를 연출한 서혜진 PD가 유재석과 김구라라는 대형 카드를 들고 새 예능을 준비 중이라 향후 추가 폐지 프로그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KBS는 설날 파일럿으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상황. 다만 금토 드라마 편성이 유력한 ‘프로듀사’로 인해 예능프로그램 시간대 이동이 불가피하다. ‘투명인간’의 폐지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일단 KBS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한 상태. 앞으로의 변동 가능성이 있다.
지상파는 3~4월 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가 크게 선전하며 지상파의 위력을 넘보거나 일부 프로그램들은 넘어선 가운데 위기 의식이 반영된 날카롭고 파격적인 편성이 이뤄지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양상이 계속 되며 떠나려는 시청자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이 어떤 결과물을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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