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 LG 트윈스란 다섯 글자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짙었습니다. 무려 11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도련님 야구’·‘모래알 구단’이란 비난이 LG를 향하곤 했었죠. 하지만 LG는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고, 2014시즌에는 최하위에서 4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며 1990년대 신바람을 재현 중입니다.
이번에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면서 잠실구장 신바람은 올해에도 여전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강은 아니지만, 팀 전체가 하나로 뭉쳐있는 ‘가족’ 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선후배가 서로 존중하며 함께 큰 뜻을 이루고자하는 모습을 매번 볼 수 있었습니다. 경쟁에 앞서 팀 전체를 생각하는 LG 선수들이었어요.
지난 2월 20일 SK와 연습경기에서 우연치 않게 이병규(9번)·이진영·정성훈 선수와 함께 경기를 보게 됐는데요. 세 선수 모두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하더라고요. 이병규 선수는 후배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챙기면서 감탄사와 아쉬움 가득한 탄식을 반복했습니다. 한 후배 선수가 스타트를 제대로 끊지 못해 타구를 놓치자, 자신이 실수한 것처럼 아쉬워하더라고요. 반면 적시타가 터지거나 절묘한 팀플레이가 나온 순간에는 뜨거운 박수를 전했습니다.

주장 이진영 선수도 후배들의 타격을 관찰하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SK 투수들의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이를 후배들에게 전달할 뜻을 보였습니다. 이번 캠프에서 3루수로 돌아온 정성훈 선수는 후배 야수들의 수비 위치와 투수들의 퀵모션을 연구하더라고요, 정성훈 선수는 선상 수비의 장단점, 퀵모션의 중요성을 후배들이게 강조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정성훈 선수는 내야진의 큰 형으로서 캠프 내내 후배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젊은 신예 선수들은 선배들의 응원과 관심에 응답하듯, 쉬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비디오를 통해 실전과 연습을 돌아보고, 비디오 시청이 끝나고는 숙소 근처 공터에서 자율훈련을 하더라고요. 이들의 성장에 LG의 올 시즌 순위가 좌우될 확률이 높은데요. 젊은 선수들도 이를 느끼고, 하루 24시간을 야구로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투수진 막내 임지섭 선수는 가장 먼저 훈련에 임하는 ‘얼리조’에 편성되어 있었고, 외야수 채은성 선수는 밤늦게까지 배트를 돌리곤 했습니다. 형님들도 정규 훈련 시간이 끝난 후에도 엑스트라 훈련을 자처하곤 했고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하는 LG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사령탑 양상문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며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 기분 좋은 캠프였다”고 했는데요. 덧붙여 “LG 트윈스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 이번 스프링캠프가 아니었나싶다”며 2015시즌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LG는 오는 5일 귀국 후 곧바로 시범경기 체제에 들어갑니다. 아직 시험할 게 상당부분 남아 있는 만큼, 베테랑과 신예선수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 같네요. 2015시즌 LG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끈질긴 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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