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우가 맞나 싶었다. 영화 ‘내 연애의 기억’에서 엉뚱한 남자 은결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현준은 영화 ‘기화’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연애의 기억’에서 엉뚱했다면 이번 ‘기화’에선 반항기가 가득했다.
영화 데뷔작이었던 ‘한공주’의 악역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tvN 드라마 ‘아홉수소년’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마냥 멋지기만 했던 박재범 역할과도 달랐다. 갓 데뷔한 신인이 4개의 제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니. 말 그대로 카멜레온과도 같은 배우였다.
놀라운 변신을 칭찬하자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팔색조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로 배우로서의 포부를 전한 그는 이번 영화 ‘기화’에서 체중 증가 등의 변신을 꾀한 것에 대해 “외모보단 연기가 중요하죠”라며 또 한 번 웃어보였다.

“변신을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외적인 모습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살을 굳이 찌우지 않아도 됐는데 드라마랑 다르게 영화는 관객들이 보기에 존재할만한 사람이여서 공감대 형성이 되잖아요. 그리고 사실 아버지로 나오시는 희용 선배가 갈빗대가 보여야 하는데 아들도 갈빗대가 보이면 임팩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 시선에 스크린 속 제 모습은 좀 후덕하게 나왔지만 꿈은 배우여서 외모보다 연기가 중요합니다.”

“색깔이 명확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악역이면 악역답게, 착한 역할이면 착하게. 그 캐릭터 밖에 생각 안나게끔 팔색조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천우희 누나가 이야기해준 건데 물처럼 어떤 모양의 컵에 담아도 다른 모양이 나는 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죠. 요즘에 꽂혀있는 배우는 개리 올드만이예요. 그분은 악역도 엄청 많이 하셨고 ‘다크나이트’에선 형사로 나올 땐 못 알아볼 정도잖아요. 그러게 하나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이 가능한 색깔을 가지고 싶어요.”
신인 배우답지 않게 명확한 포부를 지니고 있는 만큼, 그만큼의 걱정도 많았다. 다양한 색을 가지고 싶지만 자기만의 명확한 색을 잃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기에 생긴 걱정이기에 이마저도 기특(?)해 보였다.
“걱정인 건 진짜 내 모습은 뭘까 고민이 생긴다는 거예요. 어떤 역할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잖아요. 저는 그런 이미지가 약하진 않나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뭐든지 열심히 해야죠(웃음). 착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황정민 선배처럼 시골 청년 같은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연기에 대한 생각을 가득 차 있는 그는 지금도 꾸준히 연기 공부를 한다고 했다. 어떤 연기의 기술적인 면을 배운다기보단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나 극 중 등장하는 대사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 등을 배운다며 “동태처럼 연기하긴 싫으니까요”라고 씨익 웃어보였다.
“연기 선생님이 계신데 액팅 수업을 받는 다기 보단 심리치료 같은 거죠. 배우로서의 고민을 같이 고민해주시고 배우가 굉장히 다이내믹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순간에 어떤 시나리오가 올 수도 있는 거고 쪽대본이 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럴 때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예전에는 말하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죠. 동태처럼 연기하기 싫어요. 대사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 이유를 정확히 관객들한테 전달해주고 싶어서 공부를 하고 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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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