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였다. 초반 전개가 아쉽다는 평이 이어지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도마에 올랐다. 브라운관에 어울리지 않는 컴퓨터 그래픽은 일부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사기도 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를 두고 나오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기사회생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블러드’는 아껴왔던 무기인 '판타지 로맨스'를 꺼내들었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 극의 전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데다가 핵심적인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았던 상황. 혹평을 쏟아내기에는 이른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3일 방송에서는 유리타(구혜선 분)의 의심과 박지상(안재현)의 사랑이 동시에 시작됐다. 멜로 라인에 힘이 실리면서 점차 스토리가 흥미로지고 있는 추세다. 지상은 과거 자신이 구해준 소녀가 리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리타는 지상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측은함을 느낀다.

아직 리타는 지상이 자신을 구해준 소년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이날 방송은 유독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드디어 판타지 로맨스다운 흥미로운 사랑이야기가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오묘한 핑크빛 전개가 진행될 기미를 보이자 그제서야 배우들의 연기력도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의심'과 '사랑'이 동시에 시작되는 특유의 판타지 로맨스 요소가 강력한 흡인력을 자랑했고, 이 모습을 연기 하는 두 사람은 그간의 논란을 날려버릴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두 사람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목소리 톤과 움직임, 표정이 자연스러워졌고, 몰입도가 높아졌다. 앞서 두 사람은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점차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들의 연기력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구혜선은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매력에 톡 쏘는 청량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안재현은 무뚝뚝하면서도 내면으로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츤데레'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냈다.
아직은 시청률과 대중의 반응 면에서 꼴찌 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극의 흥미로운 요소들이 살아나고 배우들도 자리를 잡으면서 ‘블러드’는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 드라마, 뱀파이어처럼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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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