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휘자가 바뀌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작년 11월 미야자키 휴가시의 마무리 캠프에 취재를 갔을 때 KIA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기회를 잡으려는 젊은 선수들이어서 당연한 일이지만 무언가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독이 짧은 기간에 선수들의 마음을 잡았습니다. 김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완주하면 봄 전지훈련에도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젊거나 1.5군, 2군 선수들에게는 희망적인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부상없이 완주한 선수들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모두 포함시켰습니다. 2월 초 전지훈련지 긴베이스볼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선수들은 대단히 밝아보였습니다. 모두들 웃고 활기 넘쳤습니다. 고참, 중견, 신인들까지 하나 같이 "감독과 코치들이 잘 대해주고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힘은 들지만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는 말들을 했습니다.
실제로 선수들이 훈련하는 재미에 빠졌다고 할까요? 힘들어보이지도 않는 얼굴이었습니다. 타율이 아닌 자율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전하는 취재기자들의 기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바뀌고 결국 결과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연습경기에 들어가면서 다소 주춤했습니다. 연전 연패하더니 9경기 모두 졌습니다. 히로시마에게도 1-2로 뒤지다 폭우 때문에 노게임이 됐는데 속개했더라도 이기기 힘들었을 것 입니다. 연습경기 내내 투수들이 두들겨 맞고 야수들은 실책하고 상대의 도루를 허용했습니다. 9경기에서 103점을 내주었습니다. 전훈 참가 투수와 야수들을 두루 기용하다보니 부진했고 50일에 가까운 훈련 기간 막판이니 집중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었습니다.
정예 투수들이 나서지 않았던 점도 컸습니다. 에이스 양현종은 불펜투구도 하지 않았고 필립 험버는 첫 경기에서 타구에 맞아 개점 휴업했습니다. 조쉬 스틴슨만이 2경기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김진우, 김태영, 김병현, 서재응은 빠져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전훈 포커스는 젊은 투수들의 육성이었습니다. 그 젊은 투수들이 나갔는데 상대를 막지 못해 난타를 당했습니다. 공격적인 투구를 못했고 제구력도 훌륭하지 못했습니다. 좌완 임기준와 이준영 정도만이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KIA는 미완의 전력 상태에서 전지훈련을 마감했습니다. 물론 내야수 최용규와 최병연, 외야수 황수연과 서용주, 노장 최희섭과 김원섭의 재기 가능성, 좌완 임기준의 발견 등 성과도 있었습니다. 특히 앞서 강조했지만 어느 해보다 큰 부상선수 없이 즐거운 분위기속에서 알찬 훈련을 펼쳤고 팀 워크가 끈끈해지기 시작한 점도 확실한 수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전력적으로 본다면 마운드, 수비, 공격 등 모든 분야에서 확실한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김 감독의 머리에는 이미 밑그림이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야구는 9명만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서 다양한 방식의 기용이 예상되는데요. 시범경기는 이 그림을 완성하는 단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미생에서 완생으로 이끌어야 하는 김기태 감독이 머리가 아플 듯 합니다.
모름지기 팀은 이겨야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제는 대만 2군 전지훈련도 끝났으니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많이 모이게 됩니다. 거기에서 시범경기 출전선수들을 추려냅니다. 우려되는 대목은 몇몇 선발들의 조정이 늦어 실전 등판 일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 입니다. 결국 KIA는 정예 멤버를 구성하는 순간에서 보다 정확한 평가를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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