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수가 선발투수 후보다."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의 이 말 한마디가 롯데 투수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대다수 투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선발투수, 투수들은 각자 선발진 경쟁을 위해 자신만의 무기를 키운 채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애리조나-가고시마로 이어진 롯데 전지훈련의 최우선 목표는 4·5선발 찾기였다. 장원준의 이탈로 생긴 롯데 선발진의 싱크홀은 다른 투수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애리조나 캠프 막판 선발진 두 자리를 채울 후보로 5명 정도가 살아남았고, 이제 가고시마 캠프까지 끝났다.

현재로서 선발투수 후보로 가장 앞서있는 건 사이드암 홍성민과 우완 이상화다. 이종운 감독은 4일 스프링캠프 총평을 하면서 "전지훈련 기간 동안 가장 눈에 띈 선수들은 이상화와 홍성민이다. 기량이 많이 발전했다"고 따로 언급했다.
홍성민과 이상화 모두 작년 5선발로 기회를 얻었지만 자리를 굳히는 데는 실패했었다. 홍성민은 5선발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았는데, 작년 선발로 6경기에 출전해 2승 3패 26⅓이닝 평균자책점 4.78을 올렸다. 경기당 5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안정된 제구력과 승부근성으로 롯데 선발진에 힘을 불어 넣었다. 이상화는 선발 4경기 1승 3패 16이닝 평균자책점 9.00으로 눈에 띄는 성적은 올리지 못했지만, 역시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홍성민과 이상화 모두 애리조나 캠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이상화는 140km 초반 정도 나오는 최고구속이 약점인데, 올해는 캠프 초반부터 140km 중반대 공을 뿌렸다. 염종석 투수코치는 "이상화는 구속만 올라가면 좋은 활약을 해줄 선수"라고 말했는데, 겨울을 잘 보낸 이상화는 기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일단 홍성민의 연습경기 성적은 3경기 11이닝 11실점 9탈삼진 2볼넷 평균자책점 9.00이다. 실점은 많았지만 공격적인 투구, 그리고 경기 운영능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등판했던 3경기에서 3이닝, 4이닝, 4이닝을 각각 소화했는데 선발등판 시 경기 운영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이 감독의 조치였다.
이상화의 성적은 더욱 돋보인다. 3경기에서 8⅔이닝 1실점 7탈삼진 무사사구로 깔끔한 투구내용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0.96이며 볼넷을 내주지 않은 것에서 코칭스태프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했는데 2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최고구속이 144km까지 나온 점은 고무적이었다.
이제 홍성민과 이상화는 시범경기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시범경기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 4,5선발을 차지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회를 받았는데, 그걸 붙잡는 건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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