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 극과 극의 두 얼굴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결국은 같은 현빈의 얼굴이지만 확연히 다른 두 구서진, 로빈을 통해서.
현빈은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구서진 그리고 로빈을 연기하고 있다. 1인 2역이 아닌 다중인격으로, 현빈은 같은 외모로 너무나도 다른 구서진, 로빈을 넘나드는 중이다. 한순간에 급변하는 표정, 눈빛 등 그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4일 방송분에서도 현빈의 변신은 빛났다. 이날 구서진과 로빈은 장하나(한지민 분)를 사이에 두고 경쟁했다. 현빈이 현빈을 사랑의 라이벌로 생각하며 다툰 셈이다. 신기한 것은 현빈은 구서진과 로빈을 마치 다른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구서진이 된 현빈은 하나에게 "내 세상이 돼 달라"고 고백했으며, 로빈이 된 현빈은 "난 하나씨를 나눌 수 없다. 서진이와도 그 누구와도"라며 둘 사이를 질투했다.

이를 통해 현빈은 구서진은 구서진 답게, 로빈은 로빈 답게 연기했다. 사랑을 고백하고 있지만 원래는 까칠한 구서진은 여전히 조금은 차가웠고, 질투하며 화를 내고 있지만 본성이 상냥한 로빈은 여전히 순했다. 현빈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 설정 속에서도 두 인물의 특징을 지키며 열연했다.
또한 이날 방송 말미 구서진과 로빈이 시청자를 속이는 반전이 등장했는데, 이 대목에서는 한순간에 변하는 현빈의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로빈인줄로만 알았던 인물이 사실은 구서진임이 밝혀질 때, 현빈은 차가워진 눈빛과 말투로 순식간에 얼굴을 바꿨다. 옷차림, 헤어스타일은 그대로였지만 누가 봐도 로빈이 아닌 구서진이었다.
이 뿐 아니다. 구서진은 이수현으로 의심되는 윤태주(성준 분)을 잡기 위해 로빈이 된 것처럼 속였다. 이를 위해 현빈은 두 번에 걸쳐 연기했다. 그는 로빈을 연기하는 구서진을 연기하는 배우 현빈이 된 것. 설명조차 쉽지 않은, 그래서 더 어려울 게 분명해 보였다.
'하이드 지킬, 나'는 기대보다 낮은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기는 드라마다. 현빈의 군 제대 후 드라마 복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 그렇다고 해서 현빈의 연기마저 평가 절하될 순 없다. 처음으로 이중인격 인물을 연기하게 된 그는 분명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하이드 지킬, 나'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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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