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수목극의 판도를 바꿨다. 비록 0.3%포인트 소폭 차라 해도 그 의미는 크다.
지난 5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4일 방송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전국기준 11.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자체최고시청률인 동시에 그간 수목극 1위를 지켜왔던 '킬미힐미'(11.5%)를 소폭(0.3%포인트) 차로 이긴 결과. 시청률 수치는 지난달 26일보다 2.0%포인트나 상승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뜨거운 피를 가진 3대 여자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는 작품. 1대인 안국동 유명 요리선생 강순옥 역은 김혜자가, 그의 두 딸인 김현숙과 김현정은 채시라, 도지원이, 채시라의 딸 정마리 역은 이하나가 맡았다.

이 드라마는 3대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종의 가족드라마다. 김혜자부터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장미희, 서이숙, 김혜은까지 다양한 캐릭터의 여자들이 등장해 사건을 일으키며 이는 흡사 주말극에서 보던 가족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보통 미니시리즈라고 불리는 트렌디한 작품들이 편성되고는 하는 평일 밤 시간대에 이처럼 가족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은 이색적이다.
이 같은 편성은 일종의 전략이자 방향이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유현기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해 “우리 회사의 전략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주말극은 KBS 워낙 전통적 강세가 있는 장르다. 주말극은 가족극으로 편성돼 있고, 월화수목에는 장르물, 트렌디, 로코가 주종을 이룬 게 사실이다”면서 “꼭 가족극이 연속극이나, 주말연속극으로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가족극도 월화수목 미니로 나갈 작품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존 가족극에서 미니시리즈만이 보여줄 가족극을 만들겠다. 작품의 질감, 디테일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많이 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어쩌면 실험일 수도 있는 선택이 힘을 발휘했다.
또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배우 김혜자가 약 2년 반 만에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었다. 공백의 시간동안 연극 등에만 매진해 온 김혜자를 다시 TV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신선함이었다. 그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작가가 아주 드라마를 신선하게 쓴다. 그런 점에서 김인영이라는 작가를 왜 몰랐을까? 주목해 봐야할 작가구나 느꼈다”고 작가의 필력을 칭찬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각각의 여성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눈부시다. 특히 안국동 강선생 역을 맡은 김혜자는 특유의 과감한 대사와 성품으로 웃음을 주고는 한다. 남편이 사랑했던 옛 여자를 품어주면서도 “세컨드”라고 대놓고 소개를 하거나 분노의 발길질(?)을 하는 인간적인 이 캐릭터는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상승세를 탄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수목극 1위 자리를 계속해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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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