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2013년 NC 다이노스, 2015년 kt 위즈의 1군 무대 합류로 10팀으로 확장됐다. 창원에 이어 수원에도 야구 프랜차이즈가 들어섰고, 2015시즌부터 매일 5경기가 열린다. 출범 34년차를 맞이해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2014시즌 타고투저에서 드러나듯, 전반적인 리그 수준은 이전보다 하락했다. 많은 팀들이 투수난을 겪으면서 경기 시간이 길어졌다. 두 자릿수 득점이 난무하며 ‘핸드볼 야구’라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투수난은 앞으로 2, 3년 동안 지속될 확률이 높다.
물론 모든 팀들이 투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중 핵심은 5인 선발 로테이션 구축이다. 2015시즌은 3일 휴식기 없이 치러진다. 이전처럼 선발진을 4명으로 구상하거나, 불펜투수 몇 명으로 경기 초반 4, 5이닝을 메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모든 팀들이 스프링캠프 내내 선발투수 경쟁을 벌였다. 팀마다 경쟁구도가 확립된 가운데, 최종 오디션은 오는 7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시범경기다. 시범경기를 이틀 앞두고, 각 팀들의 선발진 구상을 돌아봤다.

▲ 삼성: 선두주자 차우찬...정인욱 백정현은?
선발투수 갈증은 남이야기인 것 같았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4년 동안 외국인 투수가 부진해 고민한 적은 있어도, 5인 로테이션 구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삼성은 6인 로테이션을 돌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겨울 배영수가 팀을 떠나며 고민이 시작됐다. 피가로 클로이드 장원삼 윤성환까지 네 자리는 든든하지만, 한 자리가 공석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차우찬 정인욱 백정현 등이 남은 한 자리를 메울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고, 셋 중 선발 등판 경험이 가장 많은 차우찬이 선두주자로 치고 나왔다. 그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차우찬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빼어난 구위로 선발진 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2013년 9월 29일 잠실 LG전 이후 선발 등판이 전무하지만, 통산 80경기 이상을 선발투수로 나섰다. 그만큼 선발투수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차우찬이 선발진에 들어가면, 누군가가 불펜진에서 차우찬 역할을 해야 한다. 좌완 불펜투수 권혁까지 이적했기 때문에 불펜 좌투수가 간절해졌다. 시범경기에서 정인욱, 혹은 백정현이 반전을 일으킬지, 아니면 불펜진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날지 지켜볼 부분이다.
▲ 넥센: 집단 5선발 체제는 성공할까?
넥센은 지난해 외국인 원투펀치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밴헤켄과 소사를 최대한 많은 경기에 투입해 상대적으로 약한 토종 선발진을 감췄다. 포스트시즌에선 외인 원투펀치가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넥센의 변칙 운용은 2015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선발진을 4명으로 돌리거나, 특정 투수를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가동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선발진은 5명으로 고정한다.
일단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활약한 베테랑 좌투수 오재영이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중반 복귀가 가능하지만, 당장 토종 선발진 세 자리를 재편해야 했다. 그래도 한현희의 선발투수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한현희는 구종을 추가하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난해 9승을 올린 문성현도 코칭스태프로부터 선발진 합격 판정을 받았다. 밴헤켄 피어밴드 한현희 문성현까지는 선발진이 완성된 상황이다.
문제는 역시 남은 한 자리다. 금민철 송신영 하영민 김택형 등이 후보군이다. 그런데 넥센은 다섯 번째 자리를 고정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하영민을 2015시즌 10경기에서 15경기 정도 선발 등판시키려 한다. 즉, 후보군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번갈아 선발진에 넣는다. 5선발 자리를 항상 열어 놓는 것이다.
정공법은 아니다.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시즌이 끝나야 알 수 있다. 넥센이 집단 5선발 체제를 통해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지 주목된다.
▲ NC: '신예 or 베테랑?', 4·5선발 고민
NC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불과 2년 만에 강팀으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선발진을 앞세워 무서운 막내로 도약했다. 그러나 2015시즌에는 강점이 약점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외국인투수 3명을 쓸 수 있었던 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3선발까지는 든든하다. 찰리 쉬렉·에릭 해커·이재학 모두 검증된 투수다. 셋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0승 이상을 합작하려고 한다. 문제는 4·5선발이다. 구위가 뛰어난 젊은 투수들을 쓸지,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을 내세울지 고민이다.
150km 이상 강속구를 꽂는 노성호와 이민호는 언젠가는 NC 선발진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펜 필승조 원종현의 공백으로 둘 중 한 명은 불펜진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베테랑 카드도 생각해야 한다. 통산 112승의 손민한과 102승의 박명환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두 투수 모두 전성기는 지났지만, 관록을 무시할 수는 없다. 노성호 이민호 손민한 박명환은 시범경기를 통해 2대1 경쟁의 승자를 가린다.
▲ LG: 4·5선발 주인공은 장진용·임지섭?
LG의 스프링캠프 최대과제 역시 선발투수 발굴이었다. 5월 복귀 예정인 류제국과 신정락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선발투수 2명이 필요한 상황. 장진용 임지섭 유경국 신동훈 임정우가 후보군에 올라 스프링캠프 내내 경쟁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른 투수들인 만큼, 코칭스태프는 장고를 거듭했고, 경쟁은 시범경기서도 이어진다. 일단 스프링캠프만 놓고 봤을 때 선두주자는 장진용과 임지섭이다. 장진용은 연습경기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을 앞세워 마운드를 지켰다. 임지섭은 LG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좌투수라는 장점이 있으며 구속도 팀 내 토종투수 중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장진용은 구위를 더 끌어올려야 하고, 임지섭은 경험부족과 불안한 제구력이 약점이다.
그만큼 유경국 신동훈 임정우에게도 시범경기서 반전의 기회는 있다. 셋 다 어린 투수들이라 발전 가능성도 높다. LG 선발진 경쟁 역시 시범경기가 끝나야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한편 우규민은 시범경기부터 실전에 나설 확률이 높고, 류제국은 예정대로 5월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 SK: 4선발까지 막강. 백인식, 5선발 선두주자
SK는 삼성과 상황이 비슷하다. 4선발까지는 김광현 밴와트 켈리 윤희상으로 확정됐다.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백인식 채병룡 고효준 여건욱 문광은이 경쟁했다. SK도 삼성처럼 이들 중 누군가는 불펜에서 힘을 보태줘야 한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박희수 박정배 윤길현의 상태가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5선발과 불펜진을 모두 메울 필요가 있다.
일단 선발 경쟁 선두주자는 백인식이다. 2013시즌 활약한 경험을 살려 지난해 부진에서 탈출했다는 내부 평가다. 연습경기서 구속도 140km 후반대를 찍었다. 시범경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백인식이 선발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즌 초반 불펜진 그림이 확실히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백인식의 선발진 합류는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될 수 있다. 채병룡 고효준 여건욱 문광은 모두 불펜진에도 힘이 될 수 있는 투수들이다.
▲ 두산: 5선발 이현승 유력...최강 선발진 꿈꾸다
두산도 스프링캠프에 앞서 선발진 4자리를 확정지었다. 지난겨울 과감한 투자로 장원준을 영입하면서 선발진에 이닝이터가 가득해졌다.
니퍼트 마야 장원준 유희관으로 구성된 선발진의 밸런스는 완벽하다. 관건은 역시 마지막 다섯 번째 자리. 이현승이 예전 13승 투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두산은 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지난해 군전역 후 첫 시즌을 보낸 이현승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노경은 이재우 진야곱과 경쟁했다. 진야곱과 연습경기를 통해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다가 캠프 막바지 5선발로 낙점됐다. 시범경기에서 꾸준함을 이어간다면, 두산은 토종 선발진 3인방을 모두 좌완으로 채우게 된다.
▲ 롯데: 4·5선발 경쟁...홍성민·이상화, 치고 나왔다
롯데는 LG와 흡사하다. 신진세력에 4·5선발의 문을 열어놓았다.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까지 조기에 세 자리를 확정지었고, 홍성민과 이상화가 4·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자리에 있다.
사이드암 투수 홍성민과 우투수 이상화 모두 스프링캠프에서 구속을 140km 중반까지 올렸다. 홍성민과 이상화는 지난해 각각 6경기와 4경기 선발로 출장했는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홍성민은 3번의 연습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으나, 긴 이닝 소화에 익숙해지기 위한 성격이 강한 등판이었다. 이상화도 3차례 연습경기에 나섰는데 평균자책점 0.96으로 돋보였다. 빠른 공 외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둘은 시범경기에서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땜방’ 선발이었지만, 올해는 고정 선발이 목표다.
▲ KIA: 진짜 선발진 구상은 시범경기부터
KIA는 어느 구단보다 힘든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매년 전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진우 김태영 김병현 서재응 등 베테랑 투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중 김진우 서재응 김병현은 선발자원. 파이어볼러 유망주 한승혁도 캠프 도중 옆구리 부상을 당해 귀국했다. 결국 선발진 구상도 ‘0’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물론 부상자들을 아예 전력 외로 판단할 수는 없다. 1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지는 못했지만 함평에서 복귀를 준비하는 투수들이 많다. 일단 3선발까지는 양현종·필립 험버·조쉬 스틴슨으로 확정이다. 4·5선발을 놓고 임기준 임준혁 임준섭 김진우 한승혁 등이 경쟁한다.
좌완 임기준은 어두웠던 KIA 스프링캠프에 희망의 빛을 쏘았다. 특이한 투구폼으로 연습경기서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디셉션과 팔각도 모두 좌타자가 파악하기 힘들고, 구속도 140km를 상회했다. 선발투수 후보군 중 가장 돋보였다. 시범경기까지 흐름을 이어가면, KIA 리빌딩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부상자들의 복귀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진우 서재응 한승혁이 시범경기에 나선다면, 선발진 경쟁은 훨씬 치열해진다. KIA 마운드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9전 9패 103실점 치욕을 맛봤으나, 반전의 기회는 열려있다.
▲ 한화: 선발진 전면 개편, 베테랑 속에 젊은 피
지휘자가 바뀌면서 선발진 대부분이 새 얼굴로 채워졌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유먼과 탈보트가 맡게 됐고, FA로 영입한 배영수와 송은범이 선발진에 들어간다. 마지막 한 자리에는 이태양이 들어갈 확률이 높다.
어찌 보면 상당히 낯선 광경이다. 이전까지 한화는 매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선발진 무한경쟁을 외치곤 했다. 그만큼 확실한 투수가 없었고, 시즌 내내 선발진에 원치 않는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시즌 중 외국인투수 교체도 빈번했다.
관건은 일찍이 확정된 4명에 선발투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경험이다. 네 투수 모두 KBO리그에서 한 시즌 10승 이상을 해봤다. 각자 불안요소를 지니고 있으나, 지옥훈련의 성과가 나타난다면, 한화는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이태양의 성장여부도 주목할 부분. 이태양은 지난해 매달 기복을 보였다. 특히 아시안게임 이후 시즌 막바지 3경기에서 17실점했다. 이태양이 선발진의 중심으로 올라서야 한화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가져갈 수 있다.
▲ kt: ‘뜨거운 젊은 피’ 박세웅 주목
kt는 지난해까지 NC처럼 외국인투수 3명을 선발진에 포진시켰다. 크리스 옥스프링·앤드류 시스코·필 어윈이 상위 선발라인을 책임진다. 남은 두 자리에 박세웅 정대현 심재민 장시환 등 젊은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경쟁했다.
가장 돋보인 투수는 박세웅. 4번의 연습경기서 11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지난 2일 27일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선 중심타선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5선발 자리를 놓고는 정대현 심재민 장시환이 마주보고 있는 중이다. 세 투수의 5선발 경쟁은 시범경기 최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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