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비정상회담’·‘썰전’, 깨알자막 이렇게 탄생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03.09 09: 16

‘비정상회담’과 ‘썰전’이 각각 센스 넘치는 자막과 코너 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내용면에서도 알차지만 자막과 제목 등 다양한 장치로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
JTBC ‘비정상회담’은 매회 의미 있고 트렌디한 주제를 선정, G12와 세 MC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불꽃 튀는 토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화면에 등장하는 자막은 토론이 얼마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는가 하면, 멤버들 각자의 특징과 상황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토론하다 흥분해 G12가 동시에 말할 때 이들의 말소리가 겹쳐서 들릴 때가 종종 있다. 이때 제작진은 G12가 토론하는 모습을 위에서 풀샷으로 잡아 마치 채팅창에서 말하는 듯한 자막을 넣어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각 상황에 따라 멤버들의 유행어와 말투를 적절하게 등장시킨다. 캐나다 대표 기욤이 말할 때는 ‘캐서운’, ‘욤무룩’ 등의 자막이 나오고 이탈리아 알베르토가 말할 때는 ‘~욥’이라고 발음을 그대로 쓴다.

캐나다 대표인 기욤이 말할 때 '캐실망' '캐진지' '캐무룩' 등 자막이 옆에 나오는가 하면, 무뚝뚝한 다니엘이 말할 때는 대사 한 글자마다 마침표(.)를 찍어 말투가 드러나는 듯한 자막을 선보였다.
‘비정상회담’의 김희정 PD는 “자막 작업이 오래 걸린다. 녹화 후 모든 녹화분을 보고 구성을 대략적으로 잡는다. 그 후 4명의 PD들이 편집을 하는데 구성에 따라 내용을 만들어서 PD들이 각자 자막을 쓰고 내가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편집한다”며 “자막이 들어간 버전으로 시사를 하고 틀린 내용이 없는지 확인한다. PD들이 편집할 때 멤버들에게 맞는 자막으로 캐릭터를 살려주려고 한다. 문체도 다양하게 쓰려고 하고 토론 열기를 살려주되 사실과 다르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썰전’ 예능심판자 코너의 주제도 기가 막히다. 그날 선정된 주제의 제목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어떻게 이런 제목을 생각해 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재치가 넘친다. 제목은 주로 유행어나 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 시청자들이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가수 이효리의 제주집 등을 예로 들며 영화, 예능프로그램, SNS 등에서 화제가 돼 곤혹을 겪고 있는 곳들에 대한 주제는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패러디한 ‘찍히면 죽는다. TV속 내 친구집은 어디인가’로 제목을 정했다.
또한 대형기획사와 차별화된 음악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기획사들에 대한 제목은 ‘대형 빵집에서 아이돌 나고 동네 빵집에서 뮤지션 난다’으로 속담을 패러디 했다. 공중파 3사의 파일럿 예능에 대한 제목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패러디한 ‘정규를 훔치는 방법’으로, 올해 새 예능에 대한 제목은 ‘내 머릿속에 내일, 로맨틱한 시청률, 성공적’으로 패러디 하기도 했다.
‘썰전’의 김수아 PD는 “예능심판자 코너의 제목은 작가들이 준비한다. 여러 개의 제목을 준비해서 후보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예능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제목을 선정하려고 한다”며 “작가들이 시청자들이 보기 쉽고 재미를 위해 패러디를 하는 편이다. 작가들이 제목을 짓는데 탁월해서 매번 신선한 제목들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방송 내용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몇 년 전부터 예능에서 자막의 힘이 커진 만큼 ‘비정상회담’과 ‘썰전’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 앞으로 또 어떤 자막과 제목이 등장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kangsj@osen.co.kr
JTBC ‘비정상회담’, ‘썰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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