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무비] '채피', 닐 블롬캠프는 정말 거품일까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06 14: 11

뛰어난 데뷔작은 독일까 득일까. 영화 '디스트릭트9'으로 주목 받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 '채피'(수입 UPI코리아)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상대적으로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
'채피'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을 탑재한 로봇 채피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보다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로봇 채피의 아이러니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채피의 외양은 딱딱한 티타늄이지만 길 잃은 강아지를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다. 양심적인 채피를 범죄에 끌어들이고자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을 일삼는 인간들의 모습이 우습고도 잔혹하다. 

생존을 원하는 채피의 고군분투는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을 예고한다. 채피는 '엄마' 혹은 '설계자'와 다른 모습을 한 자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는데, '엄마'는 그런 채피를 "겉모습은 영원하지 않다. 마음이 너를 특별하게 해준다"고 위로해준다. 다름과 차별은 닐 블롬캠프의 전작들과 일맥상통하는 소재다.
특히 수작으로 손꼽히는 '디스트릭트9'(2009)에선 외계인을 차별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종 차별과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신랄한 시각을 보여줬다. 독특한 감성과 기발한 발상 등 '디스트릭트9'이 남긴 인상은 너무 강렬했다. '엘리시움'(2013)은 '디스트릭트9'와 비교해 진부하다는 혹평을 들었다. 일각에선 '채피' 또한 SF 걸작인 '로보캅'(1987)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채피'는 미덕이 많은 영화다. 천진한 채피의 에피소드가 주는 아기자기함이나 흡인력 높은 전개 등이 그것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안테나(?)를 숙이는 채피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듣는 즐거움이 상당한데 이는 음악감독 한스 짐머의 공이 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힙합 그룹 디안트워드의 멤버 닌자와 요란디가 극중 갱스터 역을 맡아 휴 잭맨, 조디 포스터, 데브 파텔 등 잘 알려진 배우들 보다 더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명성이 거품이라고 단언하기엔 아직 이르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차기작은 '에일리언5'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SF공포물로, 그만큼 촉망 받는 감독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높은 기대감 때문에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유난히 엄격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닐 블롬캠프란 수식어를 떼어낸 '채피'는 오락영화로 제 몫을 해낸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ay@osen.co.kr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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