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기근 시대다. 그런데 소속팀은 그런 기운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걸출한 기량을 가진 두 명의 선배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김민식(26, SK)은 좌절을 모른다. 땀을 흘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가파른 성장세는 그 가능성을 키운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플로리다와 오키나와를 거치며 전지훈련에 매진한 SK는 몇몇 젊은 선수들의 뚜렷한 성장세를 실감했다. 김용희 감독도 흐뭇해 한 부분이다. 마운드에서는 군에서 제대한 서진용 박종훈이 가장 눈에 띄었다는 평가다. 그리고 야수 중에서는 단연 김민식의 이름이 첫 머리에 손꼽힌다.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를 완주하며 SK의 차세대 포수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마산고와 원광대를 졸업한 김민식은 2012년 신인지명회의에서 SK의 2라운드(전체 14순위) 지명을 받았다. 포수 신분으로 높은 지명을 받은 것에서 기대를 읽을 수 있다. 팀도 공을 들였다. 2013년 군에 보내 일찌감치 미래를 대비하게 했다. 기대대로 상무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기대치도 키웠다.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 56경기에 나가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번 전지훈련에서 그간 자리를 잡고 있었던 몇몇 선수들을 추월하며 1군 스태프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1군으로 가기 위한 순조로운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라고 이야기하는 김민식은 이번 캠프 참가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김민식은 아직 1군 경험이 없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경험이다. 김민식은 “포수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움은 물론 1군 투수들의 공도 많이 받아봤다. 다르기는 다르더라”라며 미소를 지었다. 투수들의 공을 많이 받아봤다는 것은 때로 그들을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김민식으로서는 좋은 경험이 됐다.
수비는 부쩍 향상됐다. 하세베 배터리 코치 밑에서 많은 훈련을 하며 자신의 기량이 늘어난 것이 최대 수확이다. 김민식은 “아무래도 포수는 수비가 중심이다. 수비에 주안점을 두고 이번 캠프를 보냈다”라면서 “송구 동작은 어느 정도 됐는데 정확도가 문제였다. 이 부분을 많이 가다듬었다”라고 이번 전지훈련을 돌아봤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김민식의 수비적 재능을 비상하게 평가하고 있다.
김민식은 일반적인 포수의 체형이 아니다. 프로필 상으로는 180㎝에 80㎏이다. 포수치고는 호리호리하다. 그 대신 장점이 있다. 몸놀림과 동작이 가볍다. 남다른 주력도 가졌다. 타격은 인정을 받았다. 포수로서는 드물게 우투좌타의 선수다.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있다. 김민식은 이런 평가에 대해 “아직 부족하다”라며 수줍게 웃지만 경험이 쌓이고 수비력이 좀 더 향상된다면 포수로서 대성할 수 있다는 평가는 이번 캠프 내내 맴돌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SK의 1군에는 정상호와 이재원이라는 포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정상호는 수비력에서, 이재원은 공격력에서 각각 리그 최정상급 포수들이다. 당장 이들을 제치기는 쉽지 않다. ‘제3 포수’를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캠프를 함께 완주한 신인 이현석을 비롯, 허웅 이윤재 등 1군 진입을 노리는 포수들이 많다. 김민식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현재 상황에 안주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내야수로 전향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김민식은 포수 마스크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매력이 있는 포지션이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믿는다. 설사 2군에 내려가더라도 1군 진입을 위해 매사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좋은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김민식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SK도 ‘포수 왕국’의 명성을 이어감은 물론 주전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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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