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우완 에이스’ 윤석민(29)이 친정팀 KIA 복귀를 결정했다. 실패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자연히 재기 가능성에 관심이 몰린다. 일단 그 가능성 자체는 높게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린다. 그 시기에 따라 KIA의 올 시즌 성적도 좌우될 수 있다.
윤석민은 KIA와 4년 90억원에 FA 재계약했다. 볼티모어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윤석민은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스스로 메이저리그(MLB) 승격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주위의 싸늘한 시선에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민은 오는 7일부터 열릴 볼티모어의 마이너리그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명단에도 윤석민의 이름이 있었다. 윤석민 측 또한 계속된 유턴설 제기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설명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캠프 합류 직전, 이상과 현실을 저울질하다 결국 꿈을 접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구애를 펼친 친정팀 KIA의 손을 다시 잡았다. LA에 머물고 있는 윤석민은 조만간 한국으로 건너와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KIA로서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다. KIA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마운드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9전 전패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투수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김기태 감독의 계획과는 다른 결과가 벌어졌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팀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검증된 투수인 윤석민의 가세로 선발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당장 윤석민, 양현종, 두 명의 외국인 투수까지 네 명의 '10승 기대' 선발 투수를 확보한 KIA다. 확실한 기둥도 생겼다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관심사는 윤석민이 언제쯤 100% 컨디션을 보여주느냐다. 윤석민의 지난해 실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즌 내내 완벽한 몸 상태를 찾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 실제 윤석민은 2013년 시즌부터 몸 여기저기에 이상징후가 있었다. 여기에 계약이 해를 넘긴 것도 악재였다. 최상의 몸 상태를 찾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한 것이 뼈아팠다.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시즌 내내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표류했다.
당시 윤석민의 경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직구 최고 구속이 90마일(145㎞)에 머물고 있다. 평균적으로 88마일 정도다. 이러면 짝을 이루는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및 변화구의 위력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구속이라면 트리플A에서도 버티기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지켜봐야 겠지만 구속을 잃은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윤석민의 몸 상태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이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도 예전만한 압도감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윤석민의 겨울 훈련을 지켜본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선수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전제하면서도 “지난해 가을부터 착실히 몸을 만들었고 아픈 곳도 없다.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도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라고 단언했다. KIA도 마무리캠프 당시 윤석민의 개인훈련을 허용하며 몸 상태를 살펴봤다. 합격점이 없었다면 거액 배팅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일단 몸 상태는 좋지만 아직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무대 자체에 대한 적응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전감각은 떨어져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지금 시점에서는 타자를 상대할 때다. 하지만 윤석민은 아직 그런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 초반 부진했던 것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관건은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고 경기 감각을 찾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윤석민의 과정은 우완 ‘No.1’이라는 자신의 명예는 물론 KIA의 올 시즌 성적과도 큰 상관관계를 가질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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