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마이너리그 성적, 그리고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이 결국 윤석민(29, KIA 타이거즈)을 한국으로 돌아오게 했다.
KIA는 6일 윤석민과 4년 총액 90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2013 시즌을 마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년 계약을 맺었던 윤석민은 1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윤석민을 지속적으로 지켜본 KIA는 관계자를 미국에 파견해 계약을 마무리했다.
윤석민이 한국에 돌아오게 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실 선발진과 불펜 모두 탄탄한 편인 볼티모어에서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윤석민은 지난해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4승 8패, 평균자책점 5.74에 그쳤다. 반면 팀에는 10승 투수가 4명이나 있었고, 불펜에도 50이닝 이상을 던지고 평균자책점 3.50 이하인 투수가 6명이나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윤석민은 올해부터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경우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독이 됐다. 볼티모어는 윤석민을 한 번쯤 시험해볼 수 있었지만, 이 조항에 의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면 볼티모어는 윤석민을 위해 로스터 한 자리를 빼놓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아쉬운 점은 볼티모어와의 계약 과정이다. 우선 계약 시기가 늦어 몸을 만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FA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었음에도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출전기회보다는 금액에 초점을 맞춘 것 역시 시행착오의 원인이 됐다.
윤석민의 복귀는 비슷한 성적을 올린 선수와 견줘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노포크에서 윤석민과 함께 뛰었던 조쉬 스틴슨의 성적은 윤석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승 5패, 평균자책점 5.51이었던 스틴슨은 올해 KIA에서 다시 윤석민과 함께한다.
선수에게는 무엇보다 출전 기회가 최우선이다. 메이저리그라는 꿈도 소중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리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뛰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윤석민의 후배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할 당시 그의 에이전트도 포스팅 비용과 최고 입찰액을 써낸 팀이 밝혀지면 계약에서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민의 사례는 향후 해외 진출을 노리는 KBO 리그 선수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꿈은 잠시 접게 됐지만, KIA에서는 주축으로 팀의 부활을 이끌 수 있다. KIA는 현재 선발과 불펜 모두 도움이 절실하다. 선발과 마무리 경험이 모두 풍부한 윤석민의 가세는 KIA 마운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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