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음료'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내어 그윽한 풍미를 즐기던 전통차부터 술, 커피, 생수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박자를 같이 하며 무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음료들은 예민하고 깐깐한 현대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레시피로 새롭게 조합되거나, 기존의 방식과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제조법과 사용법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신선한 조합과 방식으로 탄생된 음료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루한 분위기에서 씁쓸하게 마시던 기존 차(茶)의 이미지는 새로운 맛과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돼 소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커피믹스로 즐비했던 회사 탕비실은 사무실 안 작은 카페를 만날 수 있는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연령대가 확연히 갈리던 전통주 또한 색다른 변신으로 20대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생수도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

▲ 오리지널 티(tea) 비밀 레시피 얹다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커피 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차(茶)의 변화가 눈에 띈다. 차 전문 브랜드는 공차는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 차 문화에 과일과 밀크폼 등을 더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메뉴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새로운 차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차의 하우스 스페셜티는 '비밀 레시피'인 밀크폼을 얹은 독특한 음료로 뜨거운 물에 찻잎을 우려내어 마시는 기존 오리지널 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있다. 이는 차와 우유를 분리시킨 뒤 프리미엄 잎차(Brewed Tea) 위에 우유를 폼으로 굳힌 '밀크폼(Milk Foam)'을 얹는 방식으로, 처음에는 차의 깊은 맛을 즐기다 점차적으로 밀크티가 되어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메뉴다.
이 밖에도 오리지널 차를 베이스로 토핑과 당도 설정 기능까지 추가해 개인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맛의 변화를 주는 한편, 열대과일과 블렌딩한 '블렌딩티' 등의 색다른 시도로 차를 어렵고 지루하고 맛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젊은층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 내려서 마신다는 편견 버려라! 타먹는 원두커피 인기
원두를 꼭 내려 먹어야 한다는 커피에 대한 인식과 습관도 점차 간편화되고 있다. 원두커피를 막대형 봉지에 낱개로 포장한 스틱원두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위 '다방커피' 같은 단맛보다 원두커피 특유의 깔끔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계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카누는 스틱원두커피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스틱원두커피는 '휴대가 간편하고 저렴한 아메리카노 커피'라는 이미지를 업고 급성장해왔으며 실제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은 20~30%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가격과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못지않은 맛으로 회사 탕비실의 필수품목 믹스커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직장인 소비자층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 RTD 트렌드 맞춰 젊어지는 전통주
성장세가 둔화된 전통주 시장에 누적판매 1000만캔이 넘는 히트상품이 등장했다. 국순당의 신개념 막걸리 아이싱이 2012년 8월 출시 이후 29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340만캔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약 1분에 10개씩 팔린 셈이다.
국순당 아이싱의 인기 이유는 저알콜, 편안한 목넘김, 휴대 간편성 등 RTD(Ready To Drink) 트랜드에 맞춰 젊은 층의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싱은 우리나라 막걸리 최초로 열대과일 첨가 막걸리로 자몽과즙을 첨가해 막걸리와 자몽의 절묘한 맛의 조화로 젊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기존 막걸리 대부분이 알코올 도수가 6%인데 비하여 알코올 도수를 4%로 낮춰 기존 막걸리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포장디자인도 막걸리 분위기를 완전히 배제한 캔(Can) 형태로 출시돼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였다.

▲ 밋밋한 생수보다 짜릿하고 시원한 청량감 원해
지난해 국내 탄산수 시장이 4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100% 성장했다. 시원한 청량감에 당분, 칼로리가 없어 웰빙 음료로 주목받고 있는 탄산수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약 4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의 트레비도 판매량이 500% 넘게 급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트레비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국내 탄산수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피트니스센터, 클럽, 워터파크 등에서 주 타깃인 20~30대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음 이벤트를 폭넓게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소비자 선택폭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맛(레몬, 라임, 플레인 3종)과 패키지(280ml 병, 355ml 캔, 500ml 및 1.2L 페트 4종)로 출시, 유통 채널별 차별화된 마케팅 등이 주효해 큰 폭의 판매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차 마케팅팀 전선용 팀장은 "기존의 마시는 차에 대한 이미지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깊게 하는 정신수양 측면이 강했지만, 이제는 현대인의 기호와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조합과 시도로 남녀노소 가볍게 즐기는 대중화된 음료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맛과 마시는 방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이들 제품을 통해 주 소비층이 바뀌고, 제품 타깃층이 확장되며, 마시는 상황과 장소가 변화되는 새로운 음료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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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 '하우스 스폐셜 그린티' / 공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