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시범경기 화두는 '분위기를 바꿔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07 09: 27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하위권 팀들에게는 ‘기세’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성과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는 무대로 삼아야 한다. 시범경기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KBO 리그는 7일 오후 1시부터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시범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역사적인 10구단 체제로 열리는 첫 시범경기이기도 하다. 여러 이슈에 벌써부터 팬들이 술렁거린다. 몇몇 구단들이 주말 요금을 유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매 행진이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당장 김성근 감독의 부임으로 큰 이슈를 불러 모으고 있는 한화의 대전 경기는 조심스레 만원사례까지 점쳐지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은 사실 큰 상관관계가 없다. 지난해까지 8~9개 팀으로 치러졌던 리그 규모를 고려하면 ‘시범경기 1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과 같은 산술적 수치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규시즌의 전초전이라는 부분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물론 팀 분위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범경기라고 하더라도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좋은 내용 속에서 승리까지 거머쥔다면 파급효과는 꽤 클 수 있다.

특히 하위권 팀들이 그렇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5팀은 모두 사령탑이 바뀌었다. 각자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지훈련을 보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실험했다. 이번 시범경기는 그 성과를 확인하는 장이다. 만약 달라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면 선수들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인 자신감은 시즌을 치르면서 큰 무형적 자산이 되기 마련이다. 반면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상위권 팀들과의 심리적 격차만 커진다.
2007년 SK는 대표적인 사례다. SK는 2006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 후 강훈련의 대명사인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마무리캠프부터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키웠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8승2패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선수는 “돌이켜보면 그 시범경기 분위기가 시즌 초반까지 이어진 것 같다. 열심히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터라 선수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조금씩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떠올렸다.
한화는 그 당시의 모습이 재현되길 원한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쉴새 없는 훈련으로 팀이 한층 더 성숙해졌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최하위권에 처졌던 한화는 선수들이 패배의식을 하루 빨리 지워낼 필요가 있다. 승리만큼 좋은 처방전은 없다. 연습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KIA도 시범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시범경기를 코앞에 두고 전해진 윤석민의 계약 소식 등 긍정적인 흐름을 그라운드에서 이어가야 한다. 롯데, 두산, SK도 새 감독의 바람 속에서 달라진 팀 스타일을 실험하고 보완해야 한다.
특히 막내인 kt는 시범경기 성적이 누구보다 중요하다. kt는 아직 1군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이 팀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긴장감을 털어내고 자신감을 쌓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선수들이 위축돼 정규시즌에 제 전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편 이런 하위권 팀들이 시범경기에서 유의미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 상위권 팀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흥미진진한 리그가 되기 위한 필수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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