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이요? 저까지 먹었으면 채널 돌리셨을 거예요.”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맛있는 짜장면’을 선배 조재현과 김래원에 양보하고,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본 배우 온주완. 자신의 배고픔보다 집안 살림을 더 챙기고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그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욕심내지 않았다.
물론 군침은 삼켰다. 누가 봐도 멋있는 역할, 남자 배우로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지 않았겠나. 온주완은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펀치’의 명장면으로 정환(김래원)과 (조재현)이 짜장면 먹는 신을 꼽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두 선배님들이 정말 멋있게 그려졌어요. 두 분의 대사는 어록이 될 정도로 근사했죠. 왜 안 부럽겠어요. 그런데 저까지 짜장면을 먹고 멋있는 대사를 해버리면 아마 집중을 못하셨을 거예요.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멋있고 싶었지만 참아야했죠. 드라마를 위해서요.”

일종의 희생이었다. 그는 ‘펀치’에서 나름의 신념으로 정의를 추구하다가 윤지숙(최명길 분)과 함께 삐뚤어진 길을 걷게 되는 검사 이호성 역을 맡았다. 비유와 은유, 대치법과 대구법으로 멋있게 양념된 대사를 치는 두 주인공 사이에서 그는 상대적으로 더욱 못난 모습으로 그려졌다. 방송이 끝나면 ‘호발놈’ ‘호레기’ 소리까지 들어야했으니. 하지만 “오히려 감사하다”며 사람 좋은 눈웃음을 짓는다.
“드라마 후반부에 욕은 제가 다 먹은 거 같아요. ‘호발놈’ ‘호레기’ ‘호구’ 같은 별명도 생겼더라고요. 그런 반응들도 굉장히 재미있고 감사했어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온주완은 배려를 아는 배우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덧 데뷔 11년차이지만 자신의 성과보다 함께하는 작품의 성공을 더욱 바라는 사람이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도 “마지막엔 거의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촬영했다. 스태프들이 정말 힘들었을 거다”라면서 남 걱정 먼저 했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매너와 배려가 문제(?)가 된 것일까. 그에게 ‘카사노바’ 이미지가 생기기도 했다. 앞서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려한 말솜씨와 평소 지키는 매너들을 선보였다가 이 같은 오명을 얻은 바다. 예능에서 이러한 모습들이 부각되면서 심심치 않게 러브콜을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온주완에게는 배우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영화와 예능을 두고 봤을 때 둘 다 할 수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예능에서 이미지가 소진 된 배우를 데리고 좋은 역할을 주지 않을 것 같았죠. 저희 선택은 배우에요.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도 변함없을 거예요.”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 온주완은 11년간 수많은 작품에 이름을 올리면서 내실을 탄탄하게 다져온 진짜 배우. 그의 말처럼 남자 배우는 30대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번 드라마 ‘펀치’를 통해 크게 주목받은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돼도 끝나고 난 뒤 잔향이 남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joonamana@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