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스파이’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지만, 그간의 시청률 추이는 한 편의 안타까운 비극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작품성이나 재미에 대한 호평이 상당수였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지난 6일 종영한 ‘스파이’는 전직 스파이이자 지금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가 국정원 소속인 아들을 포섭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임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첩보드라마다. 영국 가디언지에 '2014년 당신이 놓치면 안 되는 세계 드라마 6편'에 선정되는 등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이스라엘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원작의 설정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수정해 흥미를 끌어올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철(유오성 분)과 그의 부하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1년 후 평화를 되찾은 선우(김재중 분) 가족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선우의 엄마 혜림(배종옥 분)은 아들을 대신해 기철의 총을 맞고 수술에 들어갔던 상황. 1년 후 그는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했고, 이제는 국정원 요원이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새 삶을 시작한 선우는 가끔 옛 동료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원작이 첩보시리즈물을 염두하고 제작된 작품인만큼, ‘스파이’의 마지막 역시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선우가 자신의 이중간첩 노릇을 하게 된 자신의 옛 연인 윤진(고성희 분)을 다시 만나고 그로부터 첩보 관련 어떤 부탁을 받게 된 것.
‘스파이’가 시즌2로 돌아올 수 있을 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하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KBS가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드라마를 배치한 이유는 경쟁 채널들과는 차별화되는 장르로 잃어버린 시청률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 7.9%라는 고무적인 시청률 수치를 기록한 후 점점 시청률이 하락세를 맞이해 3%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 드라마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았다. 깔끔한 대본과 여상미, 50분씩 두 회로 방송된 편성, 배우들의 연기력 등은 흠 잡을 데가 없다는 ‘스파이’로 하여금 ‘수작’이라는 칭찬을 듣게 했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불금’에 첩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뤄 흥미를 떨어뜨렸다 말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시간대와 홍보의 탓으로 돌리는 축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평가에 비해 시청률은 턱없이 낮았다는 것. 좋은 작품이 맞이한 비극이라면 비극이랄 수 있다. 그래도 ‘스파이’는 시청자들에게 낯설 수 있는 KBS 금요드라마의 존재를 한 차례 각인시켜 준 작품이다. ‘스파이’의 발자취를 거름삼아 새롭게 찾아올 드라마들이 전작을 뛰어넘어, 존재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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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