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몰라보게 달라진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들의 대반란이 돋보였다.
한화는 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승패에 의미가 없는 시범경기라고 하지만 팬들 앞에 선보이는 첫 공식 경기에서 투타와 신구 조화가 어우러지며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보여줬다.
이날 한화는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 김태균 정근우 조인성 최진행 송광민 등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용규가 3번 지명타자로 출장했지만 아직 수비를 나서기에는 조심스럽다. 지성준(포수) 정유철(2루수) 주현상(3루수) 등 낯선 선수들이 출장했다. 그런데 이 선수들로 LG 1군을 제압했다.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선수가 없다. 다들 아프다고 한다.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 초반으로 돌아간 듯하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 아직 보직들도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를 하며 만들어가야 한다"며 "선발 라인업을 짜는 데에도 한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무명 선수들이 깜짝 활약을 펼쳤다. 1회초 1사 1루에서 육성선수 출신 포수 지성준이 총알 같은 송구로 정성훈의 2루 도루를 깔끔하게 저지하며 투수 미치 탈보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초에는 2루수 정유철이 코스와 속도가 까다로운 타구를 한 번 더듬었지만 빠른 후속 동작으로 병살을 연결시켰다.
두 선수는 2회말 추가 득점 과정에서도 돋보였다. 2회 선두타자로 나온 지성준이 볼넷을 골라내며 포문을 열었고, 정유철이 헨리 소사의 강속구를 받아치며 우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작렬시킨 것이다.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등번호 118번의 육성선수인 정유철은 시범경기 첫 날부터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3회말에는 LG에서 방출됐던 황선일이 우측 라인으로 빠지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렸고, 원더스 출신 송주호도 좌측으로 절묘하게 밀어쳐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송주호는 5회 좌익수 수비에서도 오지환의 좌중간 빠지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건져냈다. 신인 3루수 주현상도 6회와 8회 안타 2개를 때려낸 데 이어 2루에서 3루로 기습적인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박수를 받았다. 무명들의 대반란, 한화의 첫 승이 고무적인 이유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어린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다"며 "5회 최승준에게 홈런 맞을 때와 정성훈에게 안타 맞을 때를 빼면 포수 지성준이 나름대로 잘해줬다. 정유철도 수비가 괜찮았다. (5회) 송주호의 수비도 좋았고, (6회 무사 1·2루에서) 상대의 히트앤런을 3루수(주현상)가 병살로 연결한 것도 굉장히 어려운 건데 잘했다. 전체적으로 수비가 인상적이었다"고 시범경기 첫 승을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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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철.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