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업 위반? 야구가 재미없어진다".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KBO 리그에는 스피드업 규정 위반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그 진원지는 한화-LG전이 치러진 7일 대전구장이었다. 3회 한화 김경언, 4회 LG 이진영이 타석 이탈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고 그대로 삼진 아웃 처리된 것이다. 타자의 두 다리 모두 타석에서 벗어나자 투수는 공을 던지지 않고도 삼진을 잡는 다소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며 논란이 됐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강도 높게 스피드업 위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혼란스러운 것을 떠나 야구가 재미없어진다. 클라이맥스 순간에 (타격 없이) 삼진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야구를 재미없게 한다. 문제가 있는 제도가 아닌가 싶다"며 "스피드업을 하고 싶다면 클리닝타임을 없애는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판들은 어떻게 해서 '타석 이탈 스트라이크'를 선언했을까. 최수원 심판팀장은 "룰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해온 것인데 아직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된 선수는 20년 가까이 했는데 어릴 적부터 배어있는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려운 듯하다"며 "우리는 KBO 지침대로 하고 있다. 아직 규정 변경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최수원 팀장의 말대로 KBO는 올해부터 스피드업을 위해 규정 위반을 엄격히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타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타석에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타자의 불필요한 타임을 불허하고,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대회요강에 명시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제외) 최소 한발은 타석 안에 두어야 한다. 위반 시 투수에게 투구를 지시한 후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는 스피드업 규정을 새롭게 추가했다.
그러나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현장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불만이 나왔고, 시범경기 개막부터 중요한 시점에서 타석 이탈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시범경기라서 승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시기이지만 정규시즌에 이 같은 상황이 나온다면 논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KBO에서는 조심스런 반응이다. KBO 관계자는 "무조건 타석에 벗어나면 스트라이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규정은 그렇지 않다. 불가피하게 타석에 벗어날 경우를 인정하는 게 모두 9가지로 참작된다. 몸쪽에 붙은 공이나 패스트볼이 나올 때 그리고 투수가 마운드를 벗어나도 타자가 타석에 나올 수 있다.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투수가 마운드에서 던질 준비가 되어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벗어난다면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작년까지 경고를 줬는데 올해는 바로 콜을 한다. 이미 전지훈련 때 영상화면을 통해 선수들에게 교육을 했지만 아직은 습관이 남아있는 듯하다. 어느 정도 애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선수들도 스피드업에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KBO 관계자는 "시즌 개막까지 20일이 남았다. 다음주까지 각 팀마다 8경기씩 하게 되는데 더 지켜본 뒤 (규정 변경을) 검토해 보겠다. 어떤 식으로든 스피드업 위반에 대한 페널티가 필요한데 이 부분을 경기적인 요소로 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볼 계획이다"며 "일단 당분간은 선수들이 인식 변화를 가질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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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업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타석 안에서 장갑을 고쳐 끼고 있는 김태균. /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