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은 포수를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경기 후 포수를 따로 불러서 면담하는 장면을 흔치 않게 볼 수 없다. 일본 스프링캠프에서도 연습경기 후 정범모를 불러 한참 동안 볼 배합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포수에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수가 있으니 육성선수 출신 2년차 포수 지성준(21)이 그 주인공이다. 김 감독은 캠프 막판 "지성준이 조인성보다 낫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그의 성장세에 만족스러워했다. 실제 캠프 대외 연습경기에서 지성준은 9타수 5안타로 맹타를 쳤다.
여세를 몰아 지난 7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LG와 시범경기 개막전에도 6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LG 정성훈의 2루 도루를 총알 같은 송구로 깔끔하게 저지한 그는 타석에서도 2회 선두타자로 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는 등 1타수 무안타에 볼넷 2개로 멀티 출루.

5회까지만 뛰고 조인성으로 교체됐지만 공수에서 괜찮은 데뷔전이었다. 이날 경기 후에도 김성근 감독은 지성준에 대해 "나름대로 잘해주지 않았나 싶다. 5회 최승준에게 홈런, 정성훈에게 안타를 맞을 때 볼 배합이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괜찮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기본 플레이는 합격이다.
하지만 지성준은 전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감독님에게 직접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기사를 통해 보고 있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론에서 좋게 포장을 해주신 것 같다"며 "솔직히 지금은 칭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 시범경기에서 보완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스스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훈련부터 고치-오키나와로 이어지는 48일 동안 스프링캠프를 모두 빠짐없이 소화했다. 94~95kg을 오가던 체중도 86kg으로 10kg 가까이 줄었다. 김성근 감독의 지독한 지옥훈련 중 하나로 훈련 후 숙소까지 한밤에 홀로 러닝을 하는 시련의 시간을 극복, 실력과 정신력이 모두 일취월장했다.
지성준은 "처음 훈련 시작할 때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다. 가을 캠프 때에는 힘들었던 훈련이 스프링캠프에서는 견딜 만 했다"며 "타격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포수는 수비를 잘해야 한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김성근 감독의 거듭된 칭찬에도 전혀 들뜬 기색 없이 흔들리지 않는 지성준, 한화 제3의 포수로 급부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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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