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니다 싶더라고요”
오키나와에서 만난 정우람(30, SK)은 미소 속에서도 고민을 이야기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매 경기 실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보완점을 찾겠다”라고 다짐했다. 다행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은 정우람이 조금씩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우람은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1-1로 맞선 8회 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SK가 9회 브라운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아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내용은 더 좋았다. 4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서서히 올라오는 컨디션을 과시했다.

8회 선두 정훈과의 승부에서 고전했지만 끝내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한숨을 돌린 정우람은 김대륙을 헛스윙 삼진으로, 최준석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8회를 틀어막았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이우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고 자신의 ‘K퍼레이드’를 마무리했다. 시범경기고 경험이 부족한 상대가 더러 끼어 있었지만 정우람의 네 타자 연속 삼진은 분명 돋보였다. 구단 관계자들도 “공이 좋았다. 점점 자신의 투구 감각을 익혀가는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정우람이었다. 4경기에 나섰으나 모두 1실점씩을 했다. 자꾸 실점이 생기자 경험 많은 이 베테랑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훌훌 털어내고 시범경기 첫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구위는 불과 열흘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정우람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그 비결을 발상의 전환에서 찾았다.
정우람은 “오키나와에서는 타자들을 힘으로 이겨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훈련을 해 몸 상태가 좋았던 정우람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실점 과정을 곰곰이 생각하던 정우람도 “이건 아니다. 바꿔야겠다”라는 다짐을 했다. 역시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리그 최고의 제구력이 그것이었다.
정우람은 전형적인 파워피처가 아니다. 마음을 먹으면 145㎞에 이르는 공을 던질 수는 있지만 구속보다는 제구와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유형의 투수다. 정우람은 “오늘은 힘을 빼고 제구력에 집중했다”라면서 “삼진을 4개 잡았는데 특별히 의식한 건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웃어넘겼다. 삼진도 자신의 탁월한 전공분야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정우람은 현실을 누구보다 냉철히 바라보고 있다.
아직은 100%가 아니다.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정우람은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했다. 정우람은 “첫 타자(정훈)의 승부에서 볼 3개로 시작했다. 다음 경기에는 첫 타자 승부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줄 아는 이 베테랑이 시즌을 앞두고 점점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