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삼성은 7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4-9로 무너졌다. 5선발 후보 정인욱과 백정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물론 패배 속에도 소득은 있었다. 더스틴 니퍼트(두산)와의 악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2011년 국내 무대에 입성한 니퍼트는 삼성전에 19차례 등판해 13승 1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33. 승률은 무려 9할2푼9리에 이른다.
작년에도 삼성전에 7차례 등판해 5승(평균 자책점 2.72)을 거뒀다. 삼성 타자들은 니퍼트의 재계약 소식에 아쉬워 했다는 후문. 7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니퍼트의 선발 등판에 대해 "빨리 적응하라고 등판시키는건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 만큼은 달랐다. 0-0으로 맞선 삼성의 2회말 공격. 선두 타자 구자욱이 니퍼트의 2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곧이어 2루 도루 성공. 박해민의 좌전 안타 때 구자욱은 3루를 거쳐 홈까지 파고 들었다. 그리고 김상수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 더 추가했다.
이날 니퍼트는 3이닝 2실점(5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한 뒤 4회 좌완 유희관과 교체됐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비록 시범경기지만 3회 이전에 니퍼트를 상대로 점수를 낸 게 의미가 있지 않겠나"고 했다. 그야말로 승리 못지 않은 소득이었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는 니퍼트 공략 비법에 대해 "삼성 타자들이 장신 투수들에게 약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삼성 타자들은 대한민국 최고다. 그리고 항상 컨디션이 좋다"며 "(니퍼트를 무너뜨렸던) 2013년 한국시리즈 6차전을 잊어선 안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 타자들은 "올해 만큼은 다르다"고 니퍼트 공략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규 시즌에서 천적 관계를 끊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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