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가 방송되면 될수록 심해지고 있다. 언제쯤 막장 드라마 장사가 실패하는 일이 벌어질까.
‘압구정백야’가 우려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작인 ‘오로라공주’ 등장인물의 ‘떼죽음 논란’을 의식한 듯 아직까지 극중 인물이 단 2명만 죽는 준수한(?) 길을 걷고 있는 것.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위해 주변 인물이었던 조나단(김민수 분)이 갑자기 조폭에게 맞아 죽는 기괴한 이야기는 며칠에 한번씩 사람이 죽던 ‘오로라공주’에 비해서는 큰 논란도 아니었다.
그래도 ‘오로라공주’를 통해 폭발한 ‘압구정백야’와 작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은 여전히 거세다. 이미 부정적인 여론이 응집해 뭘 해도 좋지 않게 보이는 악순환의 띠가 형성됐다. ‘압구정백야’와 관련해서 우호적인 댓글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 네티즌이 작가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MBC는 최근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잇달아 방송하며, ‘임성한 전문 방송사’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동안 워낙 임성한 작가가 MBC와 인연을 자주 맺었던 까닭에 시청률을 위해 ‘막장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 더욱이 다른 드라마와 달리 드라마 전개는 물론이고 작가의 신비주의 원칙을 건드리지 못하고 홍보 등 기본적인 절차까지도 작가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내세운다. 가족간의 갈등과 복수, 로맨스 등 통속극에 나오는 소재를 사용하며 인물의 이름만 바뀌지 전작의 이야기 전개와 흡사한 자기 복제를 반복하고 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보편적인 가치관과 어긋나는 사고 방식으로 무장한 드라마를 만들며 ‘욕하면서 보는’ 이중적인 시청 행태를 양산하고 있다.
결국 시끄럽지만 어찌됐든 방송을 하고 어찌됐든 인기를 끄는 이 같은 뒤틀린 괴물 드라마는 누구의 잘못일까. 일단 공공재인 전파를 시청률 사냥으로 활용하는 방송사의 잘못이 가장 크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획 대신에 안정적이다는 이유로 욕먹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사와 제작진의 책임 의식 결여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이 드라마를 즐겨 보며 막장 드라마의 편성 기회를 마련해주는 시청자도 한 몫을 한다. 물론 흥미로운 관심거리라는 명목으로 이를 기사화하는 언론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단절돼 있지 않아 더욱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서로에게 상호 작용을 하며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 끊임 없이 세상 밖으로 출시되는 토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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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