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애니멀즈'는 장르를 우선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분명 예능 시간대에, 인기 개그맨과 인기 가수 등이 출연하는데, 다큐의 느낌이 '너무' 물씬난다. 동물들도 귀엽고, 출연자들도 모두 열심인데 자꾸만 리모컨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된다. 사실 다큐라고 하기엔, 정보 제공이 그리 많지도 않다.
8일 방송에서 '애니멀즈'는 윤도현, 김준현, 은혁이 주를 이뤄서 양들의 털을 깎아주는 내용을 내보냈다. 통통한 양들을 붙잡아 털을 조금씩 잘라주고, 비포 애프터를 비교하는 내용은 분명 재미있을만한 내용이었다. 더러운 털이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모습은 정말 윤도현 말대로 "속이 다 시원"했다.

문제는 지루했다는 거다. 시청자들은 양들을 구분도 못하는데 똑같이 생긴 양들이 수마리 차례로 등장해 똑같이 털 깎는 과정을 반복했다. 보다 톡톡 튀는 편집과 보다 더 스피디한 전개가 필요했다.
다음 코너 '유치원에 간 강아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유기견 남매와 소풍을 떠나고, 비만견이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과정이 그려졌지만, 좀처럼 '빵' 터지지 않았다.
강아지 옆에서 서먹하던 아이들이 점차 강아지에 마음을 여는 과정은 훈훈했지만, 예능에 적합하진 않았다. 시청자가 특정 강아지에게 정을 붙이기엔 각자 출연 분량이 너무 적었다. 더구나 이미 다른 육아 예능에서 질릴대로 질려 동물 예능을 찾은 시청자에겐 아이들의 분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당연히 스타들의 캐릭터도 잘 잡히지 않았다. 돈스파이크의 세심한 면이나, 강남의 장난끼 많은 모습이 부각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저 아이들의 뒤를 쫓아다니며 리액션을 해줄 뿐이었다. 여기 출연하는 서장훈이나 강남이 최근 예능계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출연자라는 걸 믿기 힘들만큼 활용도가 떨어지는 모습.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능인, 동물, 아이들을 총출동 시키고도 전체적으로 '예능'이라고 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상태. 두 코너에 나오는 동물들, 출연자들은 너무 많았고, 그럼에도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너무나 단선적으로 편집돼 산만하면서도 지루한 희한한 느낌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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