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감독이 ‘절친’ 최용수 감독을 첫 승 제물로 삼았다.
울산 현대는 8일 오후 4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양동현과 제파로프의 연속골이 터져 FC서울을 2-0으로 격파했다. 데뷔전을 치른 윤정환 감독은 개막전에서 깔끔한 승리를 신고하며 철퇴축구의 부활을 알렸다.
윤정환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대표팀에서 최전방공격수와 플레이메이커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윤 감독은 지난 5일 미디어데이서 최용수 감독에게 도발을 하며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시 내가 도움을 많이 줬다. 최용수는 공격수였고, 난 힘이 없었다”고 말해 다시 취재진을 웃겼다.

자기 장점이 뭐냐고 묻자 윤정환 감독은 “최용수 감독도 선수시절 패스를 못했지만 서울 선수들은 패스를 잘하지 않나. 나도 현역 때 못 뛰었는데 우리 선수들은 잘한다. FC서울의 강점은 최용수 감독의 역량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옆에서 듣던 최용수 감독은 피식 웃으며 “윤 감독이 한국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과찬을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받아쳤다.
하지만 개막전 표정은 사뭇 달랐다. K리그에 데뷔하는 윤정환 감독은 “긴장감이 있다. 일본 데뷔무대와 똑같다. 빅게임이라 취재진도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며 다소 경직된 자세를 취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우리 경기를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용수 감독을 의식하냐는 질문에는 “그냥 똑같은 경기”라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반면 5년차 최용수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기자들을 상대로 여유 있게 농담을 할 정도였다. 최 감독은 “이제 5년 째 개막전을 하다 보니 긴장감이나 초조함이 없다. 개막전 부담도 없다. 오래 보고 여유 있게 가자고 했다. 속으로는 엄청 이기고 싶어도 선수들의 긴장을 완화해줘야 하는 게 감독”이라며 웃었다.
다른 팀들이 다들 FC서울을 타겟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왜 다 날 잡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막 올라온 대전도 그렇다. ‘동물의 왕국’이다. 젊은 나이에 FC서울이란 큰 팀을 맡다보니 다들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것 같다”면서 여유를 부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양동현과 제파로프의 연속골이 터지자 윤정환 감독은 어린아이처럼 환호했다. 데뷔전의 긴장감을 일시에 날려버린 두 골이었다. 반면 최용수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다. 더 이상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승부를 결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프로축구의 묘미다. ‘절친’ 두 감독은 다시 한 번 프로의 냉정함을 몸소 체험했다.
jasonseo34@osen.co.kr
울산=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