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MBC '진짜 사나이' 두번째 여군특집이 지난 8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기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지만, 그래서인지 더 많아진 눈물과 부상 투혼이 시청자들의 상반된 반응을 낳았다. 그래도 멤버들은 대체로 호감도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으며 시청률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유격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멤버들이 특별 수료식을 갖고 가족 및 매니저와 상봉하며 폭풍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 Bad

이들이 군대에서 느꼈을 당혹감과 공포를 감안하면 이들이 자꾸만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것이었다. 특히 신체적 약점을 안고 입대한 강예원이 초반부터 지각 논란에 이어 바느질 실수, 초코 과자 해프닝까지 겪으면서 '멘붕'에 빠지는 과정은 큰 웃음을 유발할만했다. 문제는 당혹스러워하는 그가 재미있다고 계속 보여주면서, 꿋꿋이 적응하고 있는 다른 멤버들의 비중이 줄어들어버린 것. 시청자들은 '왜 이렇게들 우는 거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저, 여러 상황이 힘겨워서 울었을 뿐인 강예원이 욕을 먹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래 갖고 있던 질병도 더 심해졌다. 강예원과 김지영은 발목과 허리 통증으로 몇가지 훈련에서 열외됐는데, 이들이 평소 잘 울던 멤버라는 점에서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이미 여군들의 눈물과 애교는 지난 1기에서 많이 봤던 터. 시청자들은 씩씩하게 잘해내는 여군을 원했다. 지난 1기만 해도 혜리가 '애교'로 우뚝 섰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였는데, 일부 멤버들은 실제 성격이 그럴 뿐인데 '약한 척'을 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초반에 등장한 미녀 소대장이 유독 부드러워보였던 것도 한 몫했다.
편집이 군데군데 무리수기도 했다. 멤버들의 눈물을 부각시키는 한편, 씩씩해서 높은 인기를 모으는 엠버가 바느질을 하거나 설거지 하는 모습을 필요이상으로 치켜세우며 '여성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을 잘못 짚은 듯했다. 아무리 연예인들이 군대를 '체험'하는 거라지만, 군대라는 공간 안에서 미남 교관과 엠버를 엮어보려 노력하는 것 역시 기껏 쌓아놓은 진정성을 발로 차버린 결과이기도 했다.
# Good
그러나 멤버들이 강했다. 사실 '약체'로 꼽히던 멤버들도 1기였다면 꽤 해냈으리라 믿어질 만큼 다들 독한 여자들이 모인 셈이었다. 박하선과 이지애는 체력이 좀 달리긴 해도 강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쳐, '다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어떤 훈련 앞에서는 너무나 의지가 투철해서 '무섭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
엠버는 발군이었다. 서툰 한국어로 '제2의 헨리'가 될 줄 알았던 그는 어려운 훈련도 훌륭하게 해내면서 막강한 체력을 자랑,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기존 시즌에서 '에이스'만 훈련만 잘받았지 큰 재미는 없었다면 엠버는 귀여운 한국어 실수와 의외로 귀여운 면모로 다양한 매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화생방 훈련에서 총을 잃어버리는 큰 실수를 저질렀던 보미는 사격과 외줄타기 등에서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며 꿋꿋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강예원이 외줄에 매달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균형을 잡아내고 신음을 터뜨리면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 강예원도 다른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예뻤다. 그는 훈련 후 보미에게 어떻게든 은혜를 갚으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더했다.
이다희도 최대 수혜자 중 한명. 큰 키에 푼수끼 다분해 보이는 그는 유격 체조에서 제대로 활약했다. 기준을 외치고도 덩달아 움직여 모두를 놀라게 했던 그는 교관의 반복되는 지목과 끝없는 얼차려의 연속에서도 끝까지 이악물고 버텨내는 모습으로 호감을 샀다.

방송에선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사실 이번 시즌의 숨은 공은 안영미한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외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거나 울지 않던 안영미는 어쩌다 한번 터지는 눈물의 반향이 꽤 큰 인물이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자학형 개그를 일삼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도 상당했다. 너무나 '독한' 여자들이 모인 상태에서 그가 없었다면 큰일날 뻔 했던 상황. 입대 전엔, 엉뚱한 사고를 치지 않을까 예상됐던 그는 의외로 묵묵히 훈련을 모두 치러내고 수더분한 성격을 보여줘 '새로운 안영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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