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무리 시청률 산정 기준이 요즘 시청 형태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해도, 프라임 시간대에 시청률이 낮게 나온다는 것은 핑계가 없는 듯 보인다. ‘애니멀즈’는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까. 귀여운 동물과 아기들을 내세워도 웃음기 없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애니멀즈’는 왜 이 프로그램이 부진을 겪고 있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에 간 강아지’와 ‘OK목장’으로 구성돼 있다. 서장훈, 돈 스파이크, 강남, 윤도현, 조재윤, 김준현이 출연한다.

지난 1월 25일 첫 방송 당시 ‘아빠 어디가’를 밀어내고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맞붙는 자신감을 보인 까닭에 큰 기대를 받았다. 현재는 귀여운 윤후가 있었던 ‘아빠 어디가’를 되돌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상당하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에서 아기를 돌보거나 목장에서 동물을 보살피는 게 주요 구성이다. 안방극장의 집중을 높인다는 아기와 동물이 모두 등장하나 현재 낮은 시청률로 고전 중. 이유는 있었다. 일단 스타들과 함께 하는 동물과 아기는 귀엽지만 딱 거기까지다. 귀여운 동물과 아기가 등장해서 시선을 빼앗을 수는 있지만 꾸준히 보게 만들 수는 없나 보다. 아기의 순수한 매력과 동물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상황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
워낙 육아와 동물 예능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즐거움을 안기지 못하고 있다. 동물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거나 귀여운 행동에 웃는 스타들은 더 이상 재밌지 않다. 육아에 진땀을 빼는 모습은 기존 프로그램들에서 줄곧 봤던 구성이다. 동물과 아기, 그리고 출연자만 바뀌었을 뿐 이 프로그램을 꼭 봐야하는 차별점이 없다. 더욱이 재미 있는 요소가 없는 다큐멘터리에 예능 자막만 삽입한 듯한 구성은 상당히 아쉽다. 양털을 깎아주는 모습을 10분 넘게 방송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니멀즈’는 최근 폐지설에 시달렸다.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호평을 받으며 정규 편성이 확정되면서 기존 프로그램 중 일부가 변동이 필요한 것. MBC는 일단 정해진 것이 없다고 표명했지만, 폐지든 시간대 변동이든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미 경쟁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선점해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일밤’이라는 MBC 예능의 자존심이 걸린 간판 프로그램에 ‘애니멀즈’가 버틸 힘이 없어 보인다.
‘애니멀즈’는 이날 1시간가량 방송됐다. ‘진짜사나이’가 오후 6시부터 7시 40분께까지 책임지며 ‘일밤’의 인기 코너와 비 인기 코너의 분량의 차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제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이 같은 방송 시간 확대는 프로그램을 갉아먹는 요소다. 1부인 ‘애니멀즈’가 부진하며 2부인 ‘진짜사나이’까지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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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