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는 적지만, 다정함이 묻어났다. 낯은 가리지만, 정중함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신하균에 대한 인상이었다.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작들을 살펴보면 늘 묵묵하게 제 몫을 해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에서 그가 맡은 김민재도 그랬다. 또 인물이 지닌 어딘가 모를 고집스러움은 신하균과 묘하게 닮아 있다.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 초기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장군 김민재(신하균)와 매혹적인 기녀 가희(강한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는다. 김민재는 전쟁터에선 누구보다 용맹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선 한없이 다정다감한 남자다.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캐릭터는 신하균을 만나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됐다. 그만큼 '순수의 시대'는 신하균의 열연이 힘을 실어주는 작품이다.
#신하균의 사극

'순수의 시대'는 데뷔 17년 만에 그가 선택한 첫 사극이다. 물론 '순수의 시대'가 사극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동안 기회가 없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극이라고 해서 특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도전을 좋아해 사극이기 때문에 오는 부담감이나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다만 준비할 것은 많았다. 그가 맡은 김민재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장군이었다. 우선 캐릭터에 맞는 몸을 만들고, 해본 적 없는 검술과 승마를 익혀야 했다. 극중 승마신을 수 차례 소화하는데, 그중 한 번은 양손을 이용해 활을 쏴야 했다. 준비기간이 겨울이었던 탓에 승마 훈련이 쉽지 않았다. 검술은 동작을 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이 기억하도록 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무술을 배운 적이 없다. 군대에서도 단을 따지 못했다. 평소 집에서 장난감 만드는 걸 좋아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도 싫고, 뛰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촬영이 끝난 게 다행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큰 의미를 두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극이란 장르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는 의의가 있지 않을까 한다."

#신하균의 몸
'순수의 시대'는 '성인사극'을 표방한다. 강렬한 베드신이나 잔혹한 대결신이 화면을 채운다. 부각되는 것은 신하균의 몸이다. '신경질적인 근육'이라 표현되는, 잔근육으로 다듬어진 몸은 전쟁터에서 고되게 살아온 김민재의 삶을 말해준다. 가희와의 정사신이나 홀로 훈련하는 장면, 후반부 1대 다수 대결신 등을 통해 '순수의 시대'는 신하균의 몸을 적극 활용한다.
신하균은 3개월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몸을 만들었다. "너무 인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안상훈 감독의 주문이었다.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과 야채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했고, 기구 운동 대신 코어 운동을 위주로 했다. "그렇게까지 몸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다만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촬영장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먹는 것이 부실하니 에너지를 아끼려고 현장에서 과묵하게 있었다. 식단 조절을 해야 해서 스태프들과 회식을 할 수 없었다. 홀로 외롭게 있었다. 그런 점이 연기에 도움이 되긴 했다. 영화상 필요해서 그렇게 했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다. 당부하지만, 다이어트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사는 게 좋다."

#신하균의 사랑
김민재는 목숨을 건 치열한 사랑을 한다. 그가 보여주는 순애보는 혼란스러운 시대와 대비되는 순수를 상징한다. 신하균은 "머리로 계산을 하면서 이성에게 다가가는 편이 아니다"며 "옳다고 생각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건 밀고 나간다. 그런 부분은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런 순애보가 간직하고 있는 것 같느냐 묻자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웃었다.
"마지막 연애를 한 지 좀 됐다"는 신하균이 원하는 여성상은 '아름다운 츄리닝' 같은 여자였다. 묘한 답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성도 말이 잘 통하는 편안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아름다운'이란 수식어를 덧붙인 이유는 "어렸을 땐 마냥 예쁜 사람을 좋아했지만, 이젠 아름다움이 있는 사람이 좋다"고 했다.
신하균은 지난 영화 '런닝맨'(2013)부터 극중 아빠가 됐다. MBC 드라마 '미스터백'(2014)에선 이준을, 이번엔 강하늘을 아들로 삼았다. "둘다 착하고 성실하다"고 칭찬하면서도 "나이 차가 얼마나 난다고 아들이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 결혼하면 된다"는 기자의 농담에 그는 "소개팅은 자연스럽지 않은 자리라 싫다. 이젠 이상형도 없다. 결혼은 자연스럽게 하면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것을 으뜸으로 치며, 일상의 에너지를 연기에 담는다는 신하균. 그는 어쩌면 영화 속 순수를 그대로 닮은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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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