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내야수 송광민(32)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막판 김성근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송광민에게 "좌익수를 나갈 수 있으니까 연습을 하라"고 지시했다.
송광민은 지난해 중반부터 한화의 주전 3루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유격수로 수비 불안을 노출하자 익숙한 3루로 이동했고,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펄펄 날았다. 골든글러브 후보까지 오를 정도로 3루수로 자리를 잡는 듯했던 그에게는 좌익수로의 포지션 변경은 사실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야수들에게 멀티 포지션을 강조하며 송광민에게는 외야수 준비를 시켰다. 송광민은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캠프에 있을 때부터 외야 수비를 준비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실전 경기에서 투입될 줄은 몰랐는데 오키나와 연습경기 마지막 2경기를 좌익수로 선발출장하며 시험 무대에 올랐다.

송광민은 데뷔 초였던 2008년 우익수로 33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7년만의 외야수 도전. 그는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 외야수로 나갔다. 감독님께서 따로 불러서 좌익수 연습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다만 아직 적응을 해야 할 부분은 있다. 그는 "좌익수는 우익수와 또 다르다. 우측으론 빗맞거나 힘없는 타구가 많은데 좌측으론 힘 있는 타구들이 와서 조금 더 빨리 준비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며 "감독님께서 팀을 위해 구상하신 것이기 때문에 잘 따라야 한다. 빨리 내 것으로 소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3루 자리에 김회성을 주전으로 키우며 백업 주현상을 경쟁시키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주현상의 송구는 부드럽다. 송광민보다 낫다. 주전 경쟁도 가능하다"며 약점으로 지적되는 외야에 송광민을 넣는 구상을 내놓았다. 송광민이 잘 적응하면 내·외야 짜임새와 공격력이 극대화된다.
송광민 개인으로서는 또 한편의 생존경쟁이자 팀을 위한 희생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에도 유격수에서 3루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컸던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팀을 위하는 일념으로 받아들였다. 송광민은 "프로는 나 혼자만 생각해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3루를 나가는 게 좋지만, 감독님께서는 회성이도 염두에 두고 팀 전체를 생각하셨기에 지시를 한 것이다. 나로서도 3루뿐만 아니라 좌익수까지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7~8일 LG와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 결장한 송광민은 빠르면 10일 대전 SK전부터 좌익수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는 "귀국하기 전에 어깨와 다리 쪽에 근육통이 올라왔다. 며칠간 치료를 하느라 경기에 나가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자신했다.
송광민의 좌익수 도전이 결실을 맺을지 남은 시범경기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