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마녀'가 찜찜한 뒷 맛을 남긴 채 종영했다. 전개는 무난했지만, 마녀라는 이름이 아까웠던 실망스러운 복수극이었다.
'전설의 마녀'는 지난 8일 4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감옥에서 인연을 맺은 네 여자들이 한 그룹을 상대로 복수극을 펼친다는 커다란 뼈대로 시작했으나, 전개가 진행될 수록 심복녀(고두심 분), 손풍금(오현경 분), 문수인(한지혜 분), 서미오(하연수 분)는 오히려 신화 그룹에 계속해서 당하기만 할 뿐, 통쾌한 복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마녀들이라 불리는 네 여자들보다는 주변 지인들이 발 벗고 나서 신화 그룹과 상대했다. 신화 그룹의 몰락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남우석(하석진 분)이었고, 오랜 기간 신화가에서 이를 갈며 큰 한 방을 선사한 이는 차앵란(전인화 분)이었다. 또 마녀들이 여린 마음을 부여잡고 하지 못했던 일을 시원하게 복수해 준 사람도 다름아닌 김영옥(김수미 분)이었다.

시청자들은 감옥에서 연을 맺어 가족이 된 네 마녀들의 짜릿한 복수극을 기대하며 40회를 함께 달려왔다. 그러나 드라마의 후반부가 되어도 네 사람은 복수를 한다기 보다는 개발한 빵을 빼앗긴다든가 하는 상황을 마주하며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전설의 마녀' 포스터에 걸린 죄수복이 무색해지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전설의 마녀'는 방송 초반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이례적으로 감옥이라는 배경을 썼고,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감옥 내의 모습으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었다. 제작진은 실제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리얼하게 촬영에 임했고, 그 결과 더욱 실감나는 네 여자들의 첫 만남이 그려지기도 했다. 다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만남을 가진 네 사람이었기에 이들이 일궈나갈 복수의 과정 역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스릴 넘칠 것이란 기대 심리도 컸다.
그러나 종영까지 네 마녀들이 복수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결국 네 여자들은 지인들의 도움을 통해 복수에 숟가락을 얹은 꼴이 됐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전설의 남편 혹은 전설의 김수미로 제목을 바꾸어야 한다'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듬직하고 푸근한 엄마 역할의 고두심, 철 없지만 정 많은 오현경, 로맨스와 눈물 연기의 한지혜는 물론 귀여운 외모지만 강단있는 젊은 엄마 하연수까지 조화는 훌륭했다. 결국 문제는 극의 스토리. 40회를 지켜봐준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주는 네 마녀들의 짜릿한 복수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불어 후반 2회 동안에 그간의 얽힌 실타래들이 한꺼번에 풀리고 해결되는 등, 종영을 위한 급전개가 이뤄지는 모습 역시 혹평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한편 ‘전설의 마녀’ 후속으로는 김성령, 이종혁, 윤박, 이성경 등이 출연하는 ‘여왕의 꽃’이 오는 14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야망으로 가득 차 아이까지 버리고 신분 세탁에 성공해 살고 있는 여인과 그가 버린 딸이 재회해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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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마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