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 연출 전창근) 속 차강심은 골드미스의 참 좋은 예 중 하나였다. 17년 동안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온 베테랑 비서인 그는 회장의 신임을 단단히 받고 있었고, 그의 아들 노총각 문상무(김상경 분)와는 기 싸움을 벌일 만큼 대가 찼다.
‘가족끼리 왜 이래’ 배우들이 다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 후 인터뷰로 만나게 된 김현주는 골드미스라기엔 너무 동안이었다. 하지만 편안한 태도로 인터뷰를 리드하는 모습에서는 똑 부러지는 맏딸 차강심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연기한 대본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늘 가던 그 집, 현장에 갈 수 없는 것, 제일 아쉬운 그리움은 보던 사람들을 못 보는 게 제일 아쉬워요. 다들 너무 보고 싶어요.”

모두가 함께 한 제주도 여행은 너무나 행복했다. 제주도 여행까지 끝나 버리니 마음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제주도 여행이) 너무 재밌었어요. 지금 미치겠어요. 그것 때문에 그리움에 차 있어요. 여행에 갔다 와서 더 친해지고 끈끈해졌어요. 역시 여행을 다녀와야 되는 건가 봐요. 종방연을 했는데 종방연을 촬영 끝나기 전에 했어요. 그래서 종방연 때도 우린 내일 촬영이니까 끝난다고 안심을 했죠. 끝맺음을 확실히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남은 촬영을 했어요. 그 뒤엔 스태프들이 1박 2일 MT를 갔어요. 게임을 가열하게 했죠. 멍들고, 그 때도 제주도 여행이 있으니까 위안이 됐어요. 제주도 여행이 있잖아, 이런 생각으로 마지막을 미뤘었어요. 제주도 여행이 끝나니까 정말 끝났구나, 아쉬움이 시작됐어요.”
그만큼 ‘가족끼리 왜 이래’는 김현주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처음 읽을 때부터 남달랐던 극본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었고, 연기를 하면서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부분들이 있어 민망함을 많이 느꼈다.
“너무 오버랩 되고 똑같아요. 부모님이 같이 보면 민망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하면서 '내가 했던 말인데' 이런 게 되게 많았고, 심지어 감독님도 부모님이랑 같이 못 보겠다고 민망하다고 그랬어요.”

김현주의 아버지는 몇 해 전 돌아가셨다. 부성애를 그리는 작품인 만큼 지금은 하늘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기도 했다. 유동근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는, 실제 아버지와는 참 다른 점이 많지만 아버지 같은, 그런 존재였다.
“실제 아버지가 그립기도 했고, 그 그리운 마음을 유동근 아버지한테 채운 거 같아요. 그래서 아버지, 아버지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요. (생략) 아버지(유동근)가 계속 제 칭찬을 밖에서도 하시는 거 같아요. 아직 부끄러워요. 그런 칭찬을 받을만하게 행동 했나? 그렇게 대 선생님인데 무슨 신을 찍을 때 이건 어떻게 하면 좋겠니? 양희경 선생님과 함께 질문을 하세요.”
김현주의 유동근 예찬은 시작됐다. 차강심은 뒤늦게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지만, 김현주가 바라보는 유동근은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친밀함과 애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버지는 제가 본 남자 배우, 그 연세의 분들 중 가장 감수성이 뛰어난 분이에요. 여전히 감정이 정말 넘치도록 좋아요. 선생님들 중에는 간혹 눈물이 안 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게 힘들어진다고, 그런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유동근 선생님은 울지 말아야 할 신에서도 울고 계시고 눈물이 많아요. 그 부분이 놀라웠어요. 현장에서 연기를 보면 살아 있다고 느껴요. 뭐랄까 생것? 날것의 감정이 느껴져요.“
드라마의 끝 무렵, 김현주는 한 가지 작은 소동(?)에 휘말려야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상경이 시청률 공약으로 김현주의 소개팅을 내걸었는데, 실제 조건으로 걸었었던 42%의 시청률에 도달하면서 여기저기서 공약 이행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던 것.
“‘미치겠다, 나? 왜 이래? 이랬어요. (제작발표회에서) 갑자기 나랑 사전에 약속도 안 됐는데 공약을 내걸어 버린 거죠. 그게 나중에 얘기하는데 너무 먼 일인 거 같았대요. 잘 되길 기대했지만, 숫자적으로 계산이 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42%가 먼 숫자처럼, 농담처럼 느껴진 거죠. 그래서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그게 우리 일이 돼버린 거죠. 선생님들이 더 그랬어요. 40%가 넘으니 초조해하더라고요. ’김상경 준비해. 다음주 40이다.‘ 41됐을 때도 ’너 잘 준비되고 있냐‘고 김상경 씨에게 물으셨죠. 저도 오빠한테 ’줄 세워 놓으세요.‘ 이랬어요. 그런데 진짜 42%가 돼버린 거예요. 본인이 제일 놀랐겠죠.(웃음)”
“해달란 적도 없고, 그래서 당황했는데 내 기억에 남는 일인 거 같다”며 김상경의 공약 사건을 이야기하는 김현주는 결혼적령기를 결정하는 건 나이가 아니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없는 소개팅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고.

“(김상경이)한 명을 중간에 커트를 하더라고요. 장남이라 그랬나? 누나가 많은 막내라 그랬나? 이건 아닐 거 같대요. 너를 위해서 중간에 커트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만나 봐야 아는 거지 자기가 뭘 알겠어요. 전 ‘아우 냅둬. 내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죠. 기본적으로 소개팅을 안 좋아한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곘어요.(웃음) 제가 그렇게 늦었다고 생각 안 해요. 언니들도 다 늦게 하는데 김상경 씨가 그놈의 공약을 걸어서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졌어요. 결혼적령기라는 게 사실은 내가 함께 할 남자가 나타나야 되는 거지 나이로 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에 대한 김현주의 생각은 ‘가족끼리 왜 이래’ 차강심이 보여준 생각과 비슷했다. 억지로 찾기보다 자연스럽게 만나야 한다는 것.
“결혼은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막 하고 싶다가 어떨 땐 ‘왜 해?’ 귀찮고 답답해요. 누구하고 붙어있을 거 생각하면 답답하고, 그러면서도 가끔 사무치게 외롭고요. 그래서 ‘1박2일 여행이라도 지금 떠날래?’ 그랬을 때 이렇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 ‘먹고 싶어 매운 닭발’이럴 때 ‘그럴까? 술 한 잔 할래?’ 이렇게 대답을 그 때 그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가 많이 없어요. 매일 같이 있는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모임이 있어야 만날 텐데.”
김현주는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해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타입이다. 이제 벌써 연기 경력만 18년차가 된 그는 너무 바르게만 살았다는 생각에 일탈을 꿈꿔본다고도 했다. 그에 따라 바른 역할이 많았던 배역에도 변화를 줘 보고 싶은 바람이다.
“전 오늘을 잘 살면 나의 미래는 보장돼 있다는 주의에요. 물론 굵직한 계획은 있지만요. 아직 못 해본 게 많아요. 전 좀 한정적이었던 거 같아요. 들어온 게 우리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인데 한정적인 틀 안에서만 나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걸 해 보고 싶어요. 이상한 거 해 보고 싶어요.”
만약, ‘가족끼리 왜 이래’ 속 아버지처럼 오늘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김현주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드라마의 여운 때문인지 조금은 더 몰입한 모습이었다. 눈물이 ‘글썽’하고 그를 스쳐지나갔다.
“일단 제 물건을 싹 정리하는 걸 하고 싶어요. 주고 싶은 사람 주고 버릴 거 다 버리고 그리고 여행을 떠날 거에요. 여행을 다녀와서 (‘흑, 슬퍼’) 가족들이랑 있겠어요. 우리 조카들과 (눈물을 글썽였다). 무슨 말을 남겨요..글쎄요, 모르겠어요. 젊을 때 놀아라? 있을 때 잘해라? 그래야 하나?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사랑했다고?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언젠가 올 일이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겠죠. 모른척 애써 외면할 일이 아니라 준비해야하는 일인 것 같아요. 이러다 내 모든 기사가 다 슬프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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