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야구선수가 '초심'을 논할 때는 갑작스럽게 스타덤에 올랐거나 베테랑들이 '회춘'을 노릴 때다.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 선수에게서는 쉽게 듣기 힘든 말이다.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최원태(18)는 예외다. 최원태는 올 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는 말에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나이 갓 19살의 '초심'이란 언제일까.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만난 최원태는 "야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는데 그때라기보다는 가장 좋았던 고등학교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최원태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제가 제일 잘했는데 여기(프로) 오니까 옆에서 선배님들이 피칭하시는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잘하는 선배님들 옆에서 하다보니…"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4~5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초고교급 선수였던 그였기에 위축되는 마음이 더 클 법 했다. 프로 와서 제구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다 보니 폼도 변했다. 그는 "컨트롤에 신경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고등학교 때 있던 제 장점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성과는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안좋다고 생각해 던지지 않던 체인지업을 프로에 와서 던져봤는데 (박)동원이 형이 받고 좋다고 해서 일본에서 많이 던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많이 위축됐던 그에게 프로에 와서 처음 생긴 자신감. 최원태는 그만의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으로 프로를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프로에 와서 20번 등번호를 달았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달았던 번호가 바로 20번이었다. 중3 때 추신수처럼 돼라고 코치가 붙여준 17번을 지난해까지 달았지만 넥센에 데뷔해 공교롭게도 비어있던 20번을 다시 받았다.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번호다.
넥센에서 20번은 예전 에이스 정민태가 현대 때 썼던 번호였기에 암묵적 영구 결번이었을 만큼 구단에 큰 의미가 있기도 하다. 최원태도 "번호를 받고 나서 선배들에게 20번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20번을 단 신인 기대주. 그가 야구공을 처음 쥐었던 그때의 설렘으로 성공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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