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성에 눈을 뜨는 여자, 소문을 즐기는 여자 등 범상치 않은 콘셉트로 화제를 모아왔던 가수 가인이 이번에는 성경 속 하와를 재해석하고 나섰다.
더블타이틀곡 '애플'에서는 가져선 안되니 더 갖고 싶은 마음을,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뱀을 그려내 심상치 않은 논란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9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선공개한 신곡과 뮤직비디오는 이같은 설정이 단지 마케팅 포인트가 아님을 확실히 했다. 그는 엉덩이 라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농염한 여성상을 그려냈고, 땅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뱀을 형상화한 춤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종교가 무교라는 가인은 이번 콘셉트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앨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공부를 해야 했다. 어려운 콘셉트였다"고 말했다.
몸매도 바꿔야했다. '애플'의 뮤직비디오에서 뒤태가 중요해 볼륨을 살려야 했던 것. 그는 "아무래도 신곡 제목이 '애플'이다보니까 애플힙에 신경을 썼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의 요구도 있고 해서 볼륨에 신경을 썼다. 뒤태에 아무 것도 없으면 안되니까. 워낙 마르고 볼륨있는 몸 자체가 아니어서 하체 운동만 3개월 동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을 덜 뺀 채 시사회를 갔다가 너무 살이 쪘다고 기사가 많이 났다. 이런 게 안어울리는 건가 되게 의기 소침해졌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했다. 이번에는 좀 더 건강해보이고 탄력적이고 건강해보이고 싶은 욕심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로스트'는 상당한 운동량이 필요한 안무와 어둡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다. 가인은 "뮤직비디오를 태국에서 찍었는데 현지 모델분들이 올누드로 나왔다. 몸이 진짜 굉장히 좋으신 분들이어서 상당히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만나니 기가 눌리더라. 안창피한 척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분들이 공사를 한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녀서 놀랐다. 그런데 막상 찍으니 나는 그 분들의 앞에 서서 춤을 추게 돼서 많이 못봐 아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뱀 안무는 지상파에서 선보일 수 없을 전망. '애플' 역시 가사의 선정성 등의 이유로 19금 판정을 받았다.
가인은 "노골적이지 않은 가사다. 가질 수 없으면 더 갖고 싶은 마음을 그린 것 뿐인데, 19금 판정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완성도를 포기할 수 없었다는 입장. 그는 "지상파에서 준비한 안무를 할 수 없어 걱정인데, 무작정 섹시한 콘셉트라서 바닥을 기거나 웨이브를 하거나 그런 1차원적인 건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현대무용을 강습 받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뱀처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춤추다보니까 바닥을 기는 부분이나 안무가 난해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듣고 뱀처럼, 이라고 떠올라서 내가 고집을 부린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성하고 멀어진 안무라고 보일 것 같은데 이번에 어차피 하와라는 콘셉트 자체가 모든 대중이 쉽게 이해하거나 표현하는데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물론 어려운 콘셉트로 인한 어려움은 꽤 있다. 그는 최근 엠넷 '엠카운트다운' 사전 녹화에서 발톱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콘셉트고 뭐고 좋은 컨디션으로 하고 싶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좋다. 그래서 고생을 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이 아이유와도 작업을 많이 했는데, 아이유에게는 대중적인 걸 많이 주시는데 유독 나한테는 어려운 게 많이 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우리 운명인가보다. 굉장히 뭐든 쉬운 콘셉트거나 그런 게 없더라. 나에 대한 이미지가 쉽거나 대중적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유행탈만한 곡들을 써주지 않는구나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와라는 콘셉트는 조영철 프로듀서의 아이디어. 김이나 작사가는 "너무 무겁지 않게, 가인에게 잘 맞도록 재해석을 해보자. 콘셉트가 어렵긴 하지만 인지도는 매우 높은 주제들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하게 풀어내면 굉장히 재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석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하와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이었다는 점', '최초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점' 등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지만, 이 여성이 하나의 주체로 그려지길 원했다. 다만 너무 반기독교적이라던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가인은 "많은 논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하는데, 좋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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