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귀환'
KIA 타이거즈 우완 윤석민(29)과 롯데 자이언츠 조정훈(30)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커리어에 차이가 있고 선수생활의 굴곡도 다른 두 선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에이스였다는 사실이다. 윤석민은 데뷔 후 줄곧 호랑이 군단 에이스였고, 조정훈은 2009년 한 해 만큼은 확실한 롯데 에이스였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 조정훈은 수술 2번 등 재활이라는 아픔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이들의 복귀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윤석민의 KIA 복귀는 극적이었다. 올해도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던 윤석민이지만 스프링캠프 초청멤버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리고 KIA는 제대로 에이스 대접을 해주며 윤석민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만 갖고 있었을 뿐이지만, 윤석민의 복귀가 현실이 되자 격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정훈의 복귀는 또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다. 2009년 에이스로 거듭났지만 무리한 탓인지 2010년 초반부터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뒀던 시기라 조정훈은 쉴 수 없었고 결국 몸에 탈이 났다. 어깨와 팔꿈치 모두 아팠고 결국 팔꿈치 인대접합(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재활과 공익근무로 2년을 보낸 조정훈은 2013년 복귀를 타진했지만 또 팔꿈치에 탈이 나 수술대에 올랐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 조정훈의 복귀를 갈망하면서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길 조심스러워했는데 지난 8일 시범경기에서 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복귀를 알렸다.
KIA, 그리고 롯데의 올 시즌 성적은 전문가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KIA는 선발과 불펜, 키스톤 콤비 등 전력에 누수가 워낙 많고 롯데는 선발투수 2자리가 공석으로 고민이 많았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KIA와 롯데를 하위권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윤석민과 조정훈의 복귀가 순위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조짐이다.
윤석민의 복귀는 KIA에 천군만마다. '광주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윤석민은 KIA 마운드 누수를 완벽하게 메울만한 카드다. 선발과 마무리 모두 가능한 선수다. 그런데 4년 90억원의 대형계약을 맺은 선수를 마무리투수로만 활용할 구단은 없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에이스 선발투수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존재가 윤석민이다.
작년 아픔이 많았던 윤석민은 지금 누구보다 공을 던지고 싶다. 때문에 서둘러 팀 훈련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김기태 감독도 함평에서 천천히 몸을 만드는 대신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가 열릴 포항으로 윤석민을 불렀다. 겨우내 이를 악물고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에 올해 활약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석민이 확실한 에이스로 돌아온다면 KIA의 리빌딩에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으며 프로야구 순위판도에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석민은 곧바로 KIA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조정훈은 아직 에이스로 돌아와주길 기대하는 건 이르다. 워낙 긴 시간동안 재활을 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복귀시점을 잡고 있다. 다만 몸 상태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순조롭게 복귀 절차를 밟는다면 4월 중 선발진 합류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정훈이 예전처럼 포크볼을 던지며 리그를 주름잡는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선발진에 복귀해 한 자리를 차지해주는 것만으로도 롯데는 큰 도움이 된다. 외국인투수 2명에 송승준, 조정훈까지 선발진을 채운다면 5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올해 롯데 성적이 박한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선발진 붕괴였는데, 단숨에 약점을 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공격력은 나쁘지 않은 롯데이기 때문에 올해 예상보다 좋은 성적도 얼마든지 기대해볼 수 있다.
봄, 그리고 3월은 희망의 계절이다. 윤석민과 조정훈의 복귀로 KIA와 롯데의 2015년도 밝은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건 무사히 복귀해 정규시즌에 마운드 위에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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