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호구는 호구였다. 마냥 잘해주기만 하는 남자,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싶었다. 요즘같이 '까칠남'이 대세인 시대에. 하지만 팍팍한 세상에 필요한 건, 차가운 말로 여자들의 마음을 '후비는' 남자가 아닌 무슨 일에도 발 벗고 나서주는 이런 남자들이 아닐까.
9일 방송된 tvN '호구의 사랑'에는 호구(최우식)의 '호구짓'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도희(유이)는 아기를 보기 위해 호구 방에 숨어들어오고, 호구의 엄마 옥령(박순천)에게 들킨 뻔 한다. 호구는 자신의 방에 들어온 엄마에게 진땀을 빼며 겨우 보내고, 그 사이 도희는 호구의 옷장에 숨어있다.
옷장에서 나온 도희와 호구는 밀착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순간 찌릿한 경험을 한다. 이후 호구는 우유를 먹이고 나가는 도희를 위해 자신이 아기를 데리고 일터로 향한다. 그 사이 도희는 강철(임슬옹)을 만난다. 강철은 도도희에게 "도대체 호구와 어떤 사이냐"고 폭풍 질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구는 도희의 아기가 강철의 아기라고 믿고 있고, 두 사람의 만남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호구는 화를 내면서도 "어쩌겠냐. 아기의 아빠인 걸"이라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호구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기도 바쁘면서 도희를 위해 육아를 전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도희의 아기가 양부모를 찾았다는 말에 섭섭함마저 내비쳤다. 그간 드라마를 통해 보아온 남자 주인공들은 까칠한 캐릭터에 능력있는 재벌남이 많았다. 처음 호구가 등장했을 때, 참 찌질하다 생각했던 것도 잠시, 어느덧 시청자들은 호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오히려 팍팍한 세상에 애딸린 미혼모마저도 보듬어 줄 수 있는 호구의 마음 씀씀이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무리지만, 부디 이렇게나 도희를 생각하는 호구의 진심이 해피엔딩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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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