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계투진 보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빼놓지 않는 이름이 있다. 사이드암 심창민(22)과 좌완 박근홍(30)이 그 주인공이다.
청소년대표 출신 심창민은 2012년 2승 2패 1세이브 5홀드(평균 자책점 1.83)에 이어 2013년 1승 2세이브 14홀드(평균 자책점 2.68)를 거두며 장차 삼성의 필승조를 이끌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기대 이하에 가깝다. 심창민은 52차례 마운드에 올라 5승 2패 8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6.81. 그리고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내게 정말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성적도 좋지 않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계기"라는 게 심창민의 말이다.

김태한 투수 코치는 "심창민의 기량이 좀 더 향상돼야 하는데 기대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전체적으로 계투진의 무게감이 떨어진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심창민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계투진이 강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류중일 감독은 심창민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8일 포항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중일 감독은 "이제 야구를 잘할때도 됐다. 현재 컨디션과 스피드 모두 뛰어나고 자신감도 커졌다"면서 "제구력만 좀 더 가다듬으면 크게 될 것"이라고 그의 성장을 기대했다.
심창민은 경남고 1년 후배 한현희(넥센)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구위만 놓고 본다면 한현희에게 뒤지지 않는다. 투수를 뒤늦게 시작해 그럴 뿐"이라고 감싸 안았다.
류중일 감독의 진심이 심창민에게 전해졌을까. 심창민은 8일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뽐냈다. 9-0으로 크게 앞선 9회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최주환, 장민석, 허경민 등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심창민의 호투가 고무적이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삼성은 좌완 권혁(한화)의 이적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박근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근홍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 5차례 등판해 1세이브 1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70. "박근홍이 권혁의 이적 공백을 메울 후보 0순위"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까지 전천후 투수로 뛰었던 차우찬이 선발진에 합류할 경우 박근홍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박근홍이기에 벤치의 신뢰는 두텁다. 심창민과 박근홍이 어느 만큼 해주느냐에 따라 삼성 계투진의 성패가 좌우될 듯. 이들이 운명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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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민-박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