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지난 7~8일 LG와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을 통해 확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운드는 안정돼 있었고, 야수진 역시 탄탄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의 어린 선수들이 무서운 존재감을 발휘했다. 김성근 감독이 승패를 떠나 가장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어린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크다. 조금씩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좋다"며 "올해를 볼 때 이 선수들이 없으면 안 된다. 부상자가 나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144경기 체제에서 판도를 좌우할 요소가 바로 선수층이다.

스프링캠프 지옥훈련을 통해 한화는 주전과 비주전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부상자들이 나온 캠프 초반에는 비주전 선수들로 연습경기에 나섰다. 오키나와 이동 후 연습경기에서 3연패하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경험을 더한 노력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성준은 1군 수준으로 올라왔고, 주현상은 3루에서 주전 경쟁을 해도 될 정도다. 강경학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포수 자리에는 육성선수 출신 2년차 지성준이 조인성-정범모 2인 체제를 위협하고 있고, 신인 내야수 주현상은 공수에서 탄탄한 플레이로 김회성의 주전 3루수 경쟁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근우가 턱 부상으로 빠진 2루에는 고양 원더스에서 온 육성선수 정유철이 두각을 드러냈다. 유격수 자리에는 베테랑 권용관에게 신예 강경학이 도전장을 던졌다. 외야에서도 송주호·장운호·채기영 등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시범경기에서 계속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야수들뿐만이 아니다. 마운드를 봐도 유창식·최우석·최영환·김민우가 성장세를 거듭 중이다. 특히 투구폼에 많은 변화를 준 최영환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캠프 때부터 계속 만들었는데 이제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릴리스 포인트가 앞으로 나와 볼끝에 힘이 붙었다"고 호평을 내렸다.
한화는 암흑기 동안 얕은 선수층 문제로 부상을 비롯한 예기치 못한 변수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더뎠고, 주축 선수들이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점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옥 훈련을 거쳐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김성근 감독도 미소 짓게 한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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