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 LG 임지섭, 기대보단 기다림이 중요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3.10 07: 46

LG 트윈스 좌완 파이어볼러 임지섭(20)이 시범경기 첫 등판을 앞두고 있다. 임지섭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전에 선발 등판, 선발진 경쟁 마지막 오디션에 들어간다.
LG의 시범경기 최대과제는 선발 로테이션 완성이다. 스프링캠프부터 선발진 무한경쟁이 펼쳐졌고, 현재 임지섭 장진용 임정우가 경쟁에서 살아남아 4·5선발 두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임지섭이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구위. 임지섭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140km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뿌리며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LG 선발투수 중 유일한 좌투수라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임지섭은 이제 겨우 프로 2년차를 바라보는 만 스무 살 신예다. 2014시즌 초반 제구난조를 겪었고, 지난해 6월부터 1군 엔트리에서 완전히 제외된 채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류택현 코치에게 임지섭의 맨투맨 지도를 맡기면서 “지섭이는 2016시즌을 바라보고 만들려 한다. 빨리 군대에 보내기 보다는, 군입대에 앞서 최대한 만들어 놓고 싶다. kt 20인 보호명단에도 무조건 넣어둘 것이다”고 전했다.

그런데 임지섭은 양 감독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다시 구속이 올라왔고, 투구폼도 안정을 찾아갔다. 투구시 고개를 치켜들며 힘이 분산되던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보다 간결한 폼으로 강속구를 뿌렸고, 결정구인 포크볼의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2015시즌 = 퓨처스리그·2016시즌 = 1군 무대’로 잡았던 양 감독의 계획도 일부 수정됐다.
물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임지섭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제구력이 들쭉날쭉해 매 이닝 다른 투구내용을 보였다. 볼넷을 허용하다가도, 다음 이닝은 삼진 세 개로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주자 견제와 퀵모션도 도루를 잡기에는 부족했다. 일정한 투구폼과 안정된 마운드 운용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임지섭은 아직 퓨처스리그서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괴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 
 
리그 전체가 선발투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선발투수 만들기’는 어렵다. 기술 체력 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수준급 선발투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만 20세가 선발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우는 2010시즌 넥센 고원준, 2011시즌 넥센 문성현, 2011시즌 한화 안승민 셋 밖에 없었다. 그리고 셋 모두 아직까지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은 롯데 사령탑 시절 신예였던 장원준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장원준은 만19세 신인이었던 2004시즌 33경기 84⅔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5.63, 만20세였던 2005시즌에는 28경기 107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비난 속에서도 양 감독은 장원준에게 1군 선발 등판 기회를 줬고, 결국 장원준은 2006시즌 179⅔이닝 평균자책점 3.61을 찍으며 롯데 선발진의 기둥이 됐다.
그러나 당시 롯데와 지금 LG의 상황은 다르다. 양 감독 역시 “인위적인 리빌딩은 없다. 10년 전 롯데는 젊은 선수들이 베테랑 선수들보다 잘 하는 팀이었다. LG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잘 쌓여가고 있는 탑이 무너지는 것은 LG와 임지섭 모두에게 최악이다. 임지섭이 선발 진입에 성공하면, 임지섭은 1군에서 값진 경험과 수업을 받는다. 선발 진입에 실패해도, 퓨처스리그서 4일 혹은 5일 간격으로 등판하며 자신 만의 루틴을 만들어간다. 선발진 경쟁 결과와는 무관하게, 2015년은 임지섭에게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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