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기에 능수능란한 '밀당의 신'. 연애에서나 통용될 것이라 여겨졌던 이 수식어가 tvN 나영석 PD에게 붙었다. 연출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매번 이슈가 된 후, 박수를 받으며 아쉬움 속에 퇴장을 거듭한다는 의미로 붙은 별명이다.
실제로 나영석 PD는 KBS에서 tvN으로 이적 후 '꽃보다 할배' 시즌1~2,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삼시세기-어촌편' 등 연이어 선보이는 프로그램마다 흥행을 기록중인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이제 시청자들은 나 PD의 프로그램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겠다는 의견이 앞다퉈 나올 정도다.
이 과정에서 특히나 눈에 띄는 점은 매 프로그램이 10회안팎의 짧은 회차로 종영을 맞이한다는 데 있다. '꽃보다 할배' 시즌1은 유럽편이 7회, 대만편이 5회, 감독판이 2회로 구성됐으며 시즌2인 스페인편은 에필로그를 포함해 8회로 끝맺었다. 또 '꽃보다 누나'도 8회, '꽃보다 청춘'은 페루편이 6회, 라오스편이 5회 분량이었다. 1년 시즌 프로젝트로 기획된 '삼시세끼' 가을편은 10회로 종영, 스핀오프 '삼시세끼-어촌편'은 특별편 포함 9회 종영을 예정중이다.

방송국이나 연출자 입장에서 높아질대로 높아진 시청률에 기대어 '무리한 연장'을 시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상황에, 늘 아쉬움 가득한 퇴장의 연속이다. 이 때문에 나 PD의 프로그램이 종영을 맞을 때면 시청자들의 '연장 요구' 목소리가 드세다. 오는 13일 본편 종영을 예고한 '삼시세끼-어촌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는 나영석 PD의 또렷한 소신에서 비롯된 행보다. 이미 케이블 방송국 행을 결심하고 CJ E&M에서 첫 번째 기획을 시작했을 때부터 비롯된 판단이고 결심이다.
나 PD는 '꽃보다 할배' 시즌1을 끝내고 OSEN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꽃할배' 같은 콘텐츠는 섭외 자체에 굉장히 어려움이 있고, 드라마가 본업인 할배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레귤러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케이블이기에 가능하다. 지상파는 영속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고.

결국 '꽃보다 할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 확장 프로그램의 밑거름이 됐다. 또 할배들은 기쁜 마음으로 자진해 스케줄을 조율하는 등의 노력으로 벌써 유렵편, 대만편, 스페인편, 그리고 이번 그리스 편을 일궈냈다. 그럴 때마다 tvN은 여행 시기에 맞춰 '꽃보다 할배'를 우선 편성했다. 이 역시 케이블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KBS에서 '1박 2일'이라는 장수 인기 프로그램을 이끌어오다 이처럼 발빠른 변화를 이뤄냈던 데는 분명 나영석 PD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나 PD는 당시 인터뷰 때 "(케이블은) 지나치게 변화가 빠르다. 자칫 거기에 내 몸을 맞추지 못하면 시도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고 했었다. 결국 케이블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쏟아낸 노력이 지금 이처럼 짧고 강하게 홀리는 '밀당의 신' 나영석 PD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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