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표현의 자유 억압’, ‘검열’ 논란에 휘말린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임권택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1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 그간 BIFF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검열’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먼저 임권택 감독은 “이런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별것도 아닌 세월호와 관계된 영화 때문인데 이북영화도 상영한 적도 있다. 넘어가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사건이 여기까지 (영화제를) 내몰고 있는데 영화제에 출품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소재 등에 제한을 두고 주최 측이 간섭하면 이런 영화제에 누가 오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 자체에서도 영화제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일이다. 이렇게 잘 커온 영화제가 밖으로 구정물을 쓰고 있는 영화제로 전락을 했다.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정말 나라의 수치고 부산의 수치고 영화인들의 수치다”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 사회가 온통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BIFF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여기마저 이렇게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로부터 시작된 문제니까 영화제가 가지는 정치성, 이념성 이런 문제가 아니냐, 또 이 영화제마저 이념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냐 개탄하는 분도 있는데 내 생각에는 이념적인 면을 채색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 쪽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영화를 프로그래머가 골라서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성향의 영화만 고른 것도 아니고 여태까지 해왔던 프로세스에 의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골라온 건데 그걸 하나 문제 삼아서 공세를 펼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념공세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된 거다. 영화제를 다녀왔지만 간섭이 있는 영화제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 영화제라는 평판이 난다면 임권택 감독 말처럼 누가 거길 가려고 하겠나. 나 같으면 절대 안 간다”라며 “영화가 걸러지는 영화제라면 내 영화는 온건한 영화인가, 내 영화는 정치인들이 봤을 때 용인할만한 영화인가, 이 정도면 대중에게 보여줘도 괜찮겠네 라고 승인해줄만한 영화인가.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극단적이고 도전하고 질문하고 싶은 영화인데 그런 영화제라면 초청되는 것이 수치고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도전하려고 하는 분야가 있는 것처럼 다른 감독들도 다른 면에서 금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나 같은 질문을 하겠지. 약간의 훼손은 전체 훼손과 똑같다. 20년 동안 단 한 편이 문제됐다고 해도 전체인 것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최근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를 지도·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퇴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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