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윤석민, 유턴파 악몽 극복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3.11 06: 17

1년간의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뒤로 하고 KIA로 복귀한 윤석민(29)이 예상보다 일찍 시동을 걸었다. 윤석민의 올 시즌 성적은 물론 미국 유턴파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과도기’ 징크스를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근 KIA와 4년 90억 원 계약을 맺고 미국 생활을 접은 윤석민은 곧바로 팀에 합류해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 10일에는 포항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불펜피칭을 하는 등 정상에 가까운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윤석민은 이날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42개의 공을 던졌다. 윤석민은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던졌는데 생각보다 공이 잘 들어갔다”며 나쁘지 않은 감상을 내놨다.
이대진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는 윤석민의 몸 상태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정규시즌 개막에 맞추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 상태라면 그 전에도 등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살며시 고개를 들 정도다. 윤석민은 “아무래도 실전감각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4개월 정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계약 문제 등으로) 1주일을 쉬었는데 감각이나 체력은 그렇게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몸 상태에 대한 전망은 밝아졌다.

이에 관계자들이 “윤석민이 복귀 첫 해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KIA도 그만큼 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민의 ‘유턴파’ 선배들의 사례를 보면 우려의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생활을 했던 선수들이 한국무대에 복귀한 이후 진통의 과도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MLB 경력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으며 복귀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들보다는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모았다. 그러나 초반 성적이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켰다고는 볼 수 없다. 최희섭(KIA)은 2007년 52경기에서 타율 3할3푼7리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2008년 2할2푼9리의 타율에 머물렀다. 채태인(삼성)도 2007년과 2008년에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투수 쪽에서도 송승준(롯데)이 2007년 25경기에서 5승5패를 기록했고 이승학(당시 두산)은 2년을 던지고 1군 무대에서 사라졌다. 특별지명회의 출신은 아니나 봉중근(LG, 2007년 6승7패 평균자책점 5.32), 김선우(당시 두산, 2008년 6승7패 평균자책점 4.25), 서재응(KIA, 2008년 5승5패 평균자책점 4.08)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성기가 지나서 온 김병현(당시 넥센, 2012년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부진에 대해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무대 적응은 둘째치고,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장했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도 문제였다. 이들은 호된 복귀식을 치른 뒤 점차 안정감을 찾아갔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했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석민은 이들과 다른 케이스라는 점에서 곧바로 좋은 활약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한 관계자는 “한국프로야구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팀에 별다른 적응 절차도 필요없다. 당장 2011년과 같은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몸 상태만 좋다면 선발진을 이끄는 에이스로서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꾸준히 몸을 만들어 현재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점, 아직 기량이 처질 나이가 아니라는 점 등에서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구석이 있다. 윤석민이 국내 최고 투수의 자존심, 그리고 90억 원의 기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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