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시범경기란 어떤 기간일까.
시범경기는 시즌을 앞두고 치러지는 최종 리허설이다. 주전선수들은 컨디션을 조절하고,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은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 대부분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기간이지만 한화는 뭔가 달랐다. 지난 7~8일 LG와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서 실전처럼 경기를 운용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투수교체. 보통 시범경기에서는 투수에게 한 이닝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닝 중 투수를 바꾸며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테스트했다. 지난 7일 LG전에서 5회 임경완이 한 타자만 상대하고 바뀌는 등 한 이닝에 두 번이나 투수 교체하며 촘촘하게 테스트를 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원래 이렇게 한다. 시범경기이지만 (정규시즌과) 다를 것 없다. 요소요소 상황에 선수들이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전 경기만큼 좋은 무대가 없다. 단순히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차원이 아니라 정규시즌에서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한 시험 무대가 되는 것이다.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8일 LG전에서 역전 당하는 과정을 통해 뭔가를 얻었다. 2-1로 리드한 4회 1사 1·2루 위기에 구원등판한 언더핸드 정대훈이 최승준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스코어가 뒤집히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덕아웃의 김성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면에 대해 김 감독은 "정대훈이 2루 주자에 신경 쓰다 보니 자기 페이스를 잃었다. 주자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데 신경을 썼다. 자기 볼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며 "나로선 새로운 수확이다. 정대훈을 그렇게 쓰면 안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대훈의 승계주자 실점율은 51.6%. 시즌 때 같은 상황에 다른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멀티 포지션이다. 이미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여러 가지 멀티 포지션을 가동했는데 시범경기에서는 조금 더 검증하는 기간이다. 이번주부터는 내야수 송광민이 본격적으로 좌익수 수비에 나선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변신한 박노민, 외야수에 1루수로도 나서는 황선일도 테스트 대상자다.
남은 시범경기에도 김 감독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투수 투입과 다양한 포지션 실험으로 시즌에서의 전력 극대화를 노릴 것이다. 실전에서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함. 그래서 김 감독에게는 시범경기도 중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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