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풍문' 유준상·유호정, '웃픈' 갑의 탄생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3.11 06: 30

갑은 갑인데, 을에게 자꾸 당한다. 그 어설픔이 웃음을 자아내고, 때론 애처롭게 보인다.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이하 풍문)의 유준상과 유호정 부부가 바로 그들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6회에서는 미성년자 며느리를 맞은 정호(유준상)와 연희(유호정) 부부의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두 사람은 변변치 않은 봄이(고아성)의 집안이 자신들에게 끼칠 피해를 우려했고, '플랜C'를 가동했다. 사돈인 형식(장현성)과 진애(윤복인)를 집으로 초대한 후, 그들에게 전원생활을 권했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서울을 떠나란 뜻이었다.
정호의 제안에 반기를 든 것은 인상(이준)이었다. 인상은 형식과 진애에게 "대신 사과한다. 너무 슬프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인상의 반항에 정호의 분노는 폭발했다. 정호는 밥상을 뒤엎었다. 인상을 혼내고 싶었지만, 그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난간에 끼고 말았다. 그 사이 집안 사람들과 형식이 정호에게 달려들어 그를 뜯어 말렸다. 거실에선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정호는 연희에게 침착함을 요구했다. 낯설고 넓은 인상의 집에서 형식은 길을 잃었고, 연희의 침실 문을 열었다. 연희는 형식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정호는 "유쾌한 해프닝"이라고 사태를 무마한 후 연희에게 따로 훈계를 늘어놓았다. 그런 정호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이처럼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풍문'에서 웃음 포인트는 '어설픈 갑' 정호와 연희다. 두 사람은 갑이다. 미성년자인 인상과 봄이를 제어하고, 사돈인 형식과 진애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일반적인 통속극에선 단순한 악역으로 그려질 위치지만 그렇지 않다. 늘 우아한 척, 강인한 척하지만, 실상은 유약한 인간임을 매번 드러낸다. 때론 다른 인물의 대사를 빌려 그들을 조롱한다.
예를 들어 정호는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늦은 밤 남몰래 도둑걸음으로 아기방을 찾았다 인상에게 면박을 당했다. 연희는 진애에게 당했던 일화를 남편에게 설명하며 '빤스'라는 단어를 내뱉지 못해 난감해 했다. 두 사람이 체면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지, 악인은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비장한 표정으로 탈모 방지 마사지를 하는 장면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풍문'의 미덕이다. 정호와 연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고루 갖추고 있다. '풍문' 자체는 허구이지만, 캐릭터와 전개가 현실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갑 아닌 듯 갑인' 정호와 연희의 '플랜'이 Z까지 이어질지, 그 전에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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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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