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이 가득한데, 오히려 귀엽다. 유준상, 유호정의 능청스런 연기 덕분이다.
유준상과 유호정은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초일류 상류층 부부 한정호, 최연희 역을 맡았다. 블랙코미디를 지향하는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풍자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지난 10일 방송된 6회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한정호와 최연희의 온갖 위선이 등장했는데, 앞과 뒤가 다른 이들의 모습에 안방극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온 것.

이들은 아들 한인상(이준 분)과 그들에겐 가난한, 별 볼일 없는 집안의 서봄(고아성 분)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자 나름의 플랜을 계획해 행동했다. 그러나 온갖 돌발 상황, 참을 수 없는 속내의 가려움 때문에 이 플랜에는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폭발하지 않는다"며 교양을 챙긴 연희는 친구 지영라(백지연 분)가 가난한 사돈댁에 대해 놀리자 "너 이러는 거 정말 싫다. 남 잘 되는 꼴 못 보고, 남의 불행을 즐기고 천박하게!"라고 말했다. 또한 최연희는 집에 초대한 서봄의 아버지 서형식(장현성 분)의 얼굴을 보고 "그거 저 아니다!"라며 비명을 질렀다. 앞서 서형식의 갑작스런 방문에 인터폰을 보며 거짓말을 했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 이 뿐 아니라 교양을 차리느라 최연희는 '빤스'라는 단어를 말하지 못해 "빤..그걸 벗게 만들면서"라고 설명했다.
최연희보다 더한 인물이 한정호였다. 한정호는 방송 말미, 자신에게 대드는 한인상에 분노하고 말았다. 그리곤 난간을 넘어 한인상에게 달려가려다가 그만 가랑이가 끼는 불상사가 생겼다. 귀족인냥 온갖 교양을 다 차리던 그가 일순간 폭발해 많은 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한정호가 손자인 진영의 방을 찾는 대목. 냉정한 척, 무게를 잡던 한정호가 아무도 몰래 진영을 안고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사실은 그도 어쩔 수 없는 보통 사람임을 잘 보여줬다.
이렇듯 이 드라마에서 한정호와 최연희가 담당하는 몫은 크다. 이야기의 중심이며, 웃음의 중심이다. 그렇기에 유준상과 유호정의 어깨도 심상찮게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일단 지금까지 두 사람은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겉으론 상류층의 교양을 챙기려고 하지만 사실은 위선인, 또 그걸 쉽게 들켜버려서 귀엽기까지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는 것. 어쩌면 이들에게 느껴지는 인간미는 두 사람 덕분이다.
유준상과 유호정의 연기가 이른바 생활연기는 아니다. 자연스럽다기 보단 과장됐다. 이 또한 두 사람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인상과 최연희라는 인물 자체가 자연스러운 이들이 아니기 때문. 마치 공갈빵처럼 사실 속은 텅 빈 두 인물을 표현하면서, 유준상과 유호정의 과장된 연기는 이들을 비호감이 아닌 호감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위선은 밉상이지만 차라리 귀여워보이기까지 한다. 생활 연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효과다.
유준상과 유호정은 어려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이날 이 드라마는 자체최고시청률인 9%(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끌어가는 선봉장 또한 이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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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